박근혜 대통령 거취를 놓고 정치권의 논의는 '4월 퇴진 후 6월 대선'과 '12월 탄핵' 두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한 여러 법률적·정치적 문제에 대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을 통해 이에 대한 답변을 구해봤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누가 하나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면 박 대통령의 권한은 곧바로 정지되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황교안 총리가 맡게 된다. 야(野) 3당은 "황 총리도 사퇴시키고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황 총리가 후임 총리를 지정해야 할 이유도 없고, 권한대행이 총리를 지명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란 지적이 많기 때문에 강제할 방법이 없다.

[김무성 "박 대통령 4월 퇴임 결정되면 탄핵 불필요"]

반면 '대통령 자진 사임'의 방식을 택할 경우에는 국회가 정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박 대통령이 이미 그같이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당 역시 자신들이 정한 총리로 거국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 왔다. 이 같은 총리 선임 문제 때문에 거국 내각 구성은 탄핵으로는 불가능하고 대통령 자진 사임으로 가야만 가능하다.

대통령 궐위 후 60일내 반드시 대선?

헌법 68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 있다. 이 경우 차기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아닌 5년의 새로운 임기를 보장받는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두 달 만에 대선을 치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무리하다면 합리적 결정을 국민이 공론을 모아 (대선 시점을 결정)해줄 것"이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꼭 60일 이내에 안 해도 되지 않느냐'는 취지의 문 전 대표 발언에 대해 대부분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60일 이내 대선 시점을 바꾸려면 개헌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탄핵으로 퇴임 절차가 진행될 경우 정치권이 대선을 준비할 시간이 사실상 2개월로 한정된다. 대통령 퇴진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당들이 후보 경선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통상 3~6개월이 소요돼 왔다. '4월 퇴진, 6월 대선' 방안의 경우에는 퇴진 날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선 준비에는 무리가 없다.

국회 탄핵 이후에도 하야 가능한가

야 3당은 30일 "탄핵을 일단 통과시키고 퇴진 논의를 하면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회법 134조는 '소추의결서가 (국회에서 헌재로) 송달된 때에는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는 탄핵을 당한 공직자가 파면이나 해임을 피하기 위해 탄핵 심판 도중 자진 사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일단 국회에서 탄핵안 의결을 해서 헌재로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사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파면을 당하면 전직 국가원수로 예우를 받지 못하지만 하야할 경우 예우를 그대로 받게 되기 때문에 탄핵 심판 도중에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사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조항은 임명권자가 공직자를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지 대통령의 '사임'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장 교수는 "탄핵 결정이 나올 것 같으니 결정 선고 일주일 전에 대통령이 사임해 버린다면 이는 헌법이 규정한 탄핵 제도의 취지를 우회하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회가 탄핵 의결을 철회할 수 있나

야당과 비박계에서 "일단 탄핵 소추를 하고, 나중에 퇴진 논의를 해도 된다"며 제시하는 논거 중 하나다. '탄핵 절차 중 사임을 못 한다'는 국회법 규정이 문제라면 국회가 탄핵을 철회하고 퇴진 절차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헌재가 발간한 '주석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은 탄핵 소추의 발동 권한을 대의기관인 국회의 재량적 판단에 맡기고 있으므로 탄핵 소추를 종료시킬 권한 또한 국회에 있다고 보는 것이 수미일관하다'며 '탄핵이 초래한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도 있을 것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탄핵의 경우에도 심판 청구의 취하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돼 있다. 허영 교수와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도 "철회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장영수 교수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경우에 탄핵을 하는 건데 정치적 고려에 의해 이를 취하한다는 게 국민 보기에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현 대통령의 권한과 예우

헌법 65조 3항에 따라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탄핵안 국회 통과와 함께 중단된다. 조약 체결·비준, 외교사절 신임·접수·파견, 국군통수권, 대통령령 제정권, 긴급조치권, 계엄선포권, 사면권, 국회 출석권 등이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의전(儀典)은 유지된다. 자진 사임으로 갈 경우 이 같은 권한을 모두 국회가 추천한 국무총리에게 넘길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 엄연히 대통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계엄 선포나 국군 통수, 사면 등의 일부 권한에 대해선 이를 위임할 경우 위헌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계엄 선포, 군대 동원 등이 필요한 국가 비상 상황이 생긴다면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오히려 그때야말로 여야가 추대한 거국내각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더라도 어느 국민이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

헌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최종 결정되면 자동적으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박탈된다. 현재 대통령 연봉을 기준으로 매달 약 1200만~1300만원에 달하는 연금을 받지 못함은 물론 경호를 제외한 각종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 하야를 하게 되면 전직 대통령의 예우는 받을 수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의 경우 수사와 재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금고(禁錮)나 징역형을 받으면(집행유예도 포함) 자동으로 전직 국가원수로서의 예우가 박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