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이혼한 김모(여·42)씨는 전남편과의 사이에 딸 이모(13)양이 있다. 그는 5년 전 재혼해 현재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3)도 두었다. 직장에 아들 보육 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발급받은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이혼한 사실은 물론 아들과 성(姓)이 다른 이양의 존재까지 드러나 있었다. 그는 현재 이양과 같이 살지도 않고 친권과 양육권도 모두 전남편에게 넘긴 상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남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던 이모(여·33)씨는 부모님의 강권에 따라 아이를 입양 보냈다. 이후 다른 남자와 결혼한 이씨는 가족관계등록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입양된 아이가 파양(罷養)돼 돌아오면서 그 사실이 모두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는 가족관계증명서에 이처럼 이혼, 입양 등과 관련한 사실들이 기재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가족관계증명서에 현재의 신분 관계를 중심으로 한 필수적인 정보만 기록하도록 하는 새 가족관계등록법을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현재의 배우자와 자녀들만 표시되고, 미혼부나 미혼모의 경우에도 혼인 관계로 낳지 않은 자녀는 표시되지 않는다.
새 가족관계증명서는 일반·상세·특정의 세 종류로 발급된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일반증명서에는 이혼, 재혼을 비롯해 혼인 외 자녀·전혼(前婚) 자녀·친권·후견·개명 등 민감한 사항들은 일절 공개되지 않는다. 상세증명서에는 이런 사항들이 들어가지만 이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자료를 요구하는 쪽에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특정증명서에는 친권 등 신청자가 선택한 사항만 들어간다. 개정된 법에서는 현재의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한 일반증명서를 원칙으로 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그 사유를 증명해 상세증명서를 발급받도록 한 것이다. 물론 본인이 직접 상세증명서를 발급받을 경우에는 사유를 증명할 필요가 없고, 다른 기관이나 제3자가 발급받을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혼율이 올라가고 한부모 가정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된 법에서는 주변인을 보증인으로 세워 출생신고를 하는 '인우보증제도'도 폐지했다. 앞으로는 의사나 조산사가 작성한 출생증명서를 첨부하거나 출생에 대한 가정법원의 확인이 없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