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민했다. '감독'으로 불러야할까, '사장'으로 해야할까. 사회 통념상 가장 높았던 직급, 마지막 직위를 쓴다. 그런데 김응용 야구학교 총감독(75)은 명쾌하게 정리했다. "사장은 딱 6년 했다. 오래한 걸로 해야지. 감독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1972년 실업야구 한일은행 감독부터 시작해 국가대표팀, 해태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사령탑을 지냈다. 해태 감독 18년, 삼성 감독 4년, 한화 감독 2년. 프로 감독만 무려 24년이다. 이쯤되면 '감독이 직업'이라고 할만 하다. 해태를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 감독은 파란색 삼성 유니폼 입고 또 1차례 정상을 밟았다.
프로 시절 김 감독에겐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있었다. 덕아웃의 '절대 권력' 앞에서 선수는 물론, 구단까지 쩔쩔맸다. 한화 시절 마지막 2년간은 조금 달랐다고 해도, 올드팬 기억속의 김 감독은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 하다가 퇴장당하고, 덕아웃 의자를 발로 걷어차는 '무서운 호랑이'이다. 70대 중반의 '전설'이 이제 손자뻘 아이들과 함께 한다. 유소년 야구 육성에 나선 야구학교 팀 블루 팬더스의 총감독을 맡았다. 감독-사장-감독을 거쳐 어린이 야구단 총감독으로 야구와 인연을 이어간다.
지난 14일 성남시 분당 투아이센터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웃집 할아버지 자주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치열했던 승부 세계를 떠난 그는 편안해 보였다. "50년 가까이 전쟁치르듯 살다가, 책임을 내려놓으니 살 것 같다"고 했다. 70대 김성근 한화 감독, 김인식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감독은 현역으로 있지만, 김 감독은 "돈 싸들고 와서 감독 해달라고 해도 안 한다. 마지막 2년간 한화 감독 하면서 진이 다 빠졌다. 의욕상실이다"고 했다.
김 감독은 총감독직을 제안받고 먼저 급여없이 무보수로 봉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감독, 사장하면서 한 번도 계약금이고 연봉이고 구단에 얼마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주는 대로 받았다. 그러고보면 나는 진짜 프로가 아니었어"며 또 웃었다.
-2014년 말 한화 이글스를 떠난 후 2년이 흘렀습니다. 옛 '해태 제자들'을 자주 만나신다고 들었습니다.
▶푹 쉬었지. 뭐 있나. 제주도에 아는 친구랑 함께 (유소년)야구장을 만들고 있어. 한화 가기 전에 경기도에 야구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동네 주민들이 반대해 못 만들었고. 그동안 놀고 있는 친구들 많이 만났지. (이)순철이, (한)대화, 양승호, 선동열 이런 친구들을 자주 만났어. 한달에 한두번 정도 보나.
-30년 넘게 프로 감독, 사장을 했는데, 선수 육성, 유소년 야구를 구상했나요.
▶예전부터 야구장 만들어서 놀이터로 만들고 싶었지. 애를 썼는데, 잘 안 되더라고. 은퇴 후 리틀야구 따라다니면서 경기를 많이 봤어요. 용인시에 리틀야구팀 3개가 있거든. 이런 게 재미있어. 책임지는 거 이제 싫어. 편하게 아이들 야구하면서 노는 걸 보는 게 좋지. 50년 가까이 책임지는 역할을 했잖아. 그때는 전쟁이나 마찬가지였고.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지만, 저변은 여전히 빈약한 것 같습니다.
▶다들 프로같이 하려고 해서 그래. 장비도 그렇고, 해외전지훈련도 그렇고, 돈 드는 야구를 해서 그렇지. 일본처럼 돈 안드는 야구를 해야 하는데. 혼자서 얘기해봐야 소용 없겠지만, 내가 볼 때 그런 느낌이 들어요. 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을 만나보면, 먼저 돈 얘기부터 해요. 야구하면 돈 많이 든다, 운동하면 사고 난다, 운동선수는 사고뭉치다, 이런 생각을 하더라고. 요즘은 안 그런데, 예전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사고는 길을 걸어가다가도 당한 수 있는건데.
-'야구학교' 총괄감독으로서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직접 나설 게 아니라 코치들 서포트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아이들 지도는 코치들이 알아서 잘 할 것이고. 코치들 애로사항 있으면 들어주고 그래야지. 물어보면 얘기 해주는 역할. 독립구단같은 걸 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나는 능력이 안 돼요. 여유있는 친구들이 한팀씩 맡아서 하면 좋을텐데.(김 감독은 '야구학교'로부터 총괄감독직 제안을 받자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돈까지 받아가면 되겠냐고 했다)
-아이를 선수로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운동하면 공부 못 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어. 운동하면 머리가 좋아질 수 있는데도 그래. 부모들이 프로선수를 목표로 운동을 시킨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운동하면 공부 못 하고 프로선수 밖에 할 게 없다고. 공부하면서 운동하다가 소질있으면 나중에 결정하면 되는데 말이야. 야구 시작할 때부터 '나는 프로선수하겠다'는 목표를 두면 안돼. 미국 대통령 중에 야구선수 출신이 많잖아요. 선진국에선 운동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해요.
-프로 감독 시절에 선수들에게 '잘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지요.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건가요.
▶프로 선수는 입이 아니라 몸을 위해 먹어야합니다. 라면, 찌개, 김치만 먹으면 힘 못 써요. 하루에 고기 한근 이상은 먹어야지. 될 수 있는대로 짜고 매운 음식은 피하고. 나는 요즘도 40~50대보다 더 많이 먹어요. (선)동열이 이런 친구보다 더 먹는다고. 잘 먹는 것도 중요하고, 운동도 중요해요. 무릎이 아파 요즘엔 등산은 못하고, 골프치고 많이 걷고 있지. 프로라면 술, 담배 하지 말아야지. 요즘 선수들은 술, 담배 많이 안 하고 잘 관리하더라고. 일주일에 4경기 하고, 한해 80경기, 90경기, 100경기 하던 예전과 다르지.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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