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이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3차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민중총궐기 촛불집회를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국에서 모인 100만 명이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며 “박 대통령이 임기 중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국에서 부패 스캔들은 낯선 일이 아니지만, 이번 일로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훼손됐다고 느꼈다고 분석했다.
CNN은 “박 대통령이 이미 두 차례나 사과했지만, 배신감을 느끼는 한국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집회에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 교복을 입은 학생도 참가했다”고 전했다.
NYT도 이날 집회 참가자들이 국정 교과서, 위안부 협상 등 이번 파문 이외의 다른 문제들도 함께 지적했다면서 이번 집회를 1987년 6월 대통령 직선제 요구 시위에 비유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1980년대 후반 이후 지지율이 가장 낮은 대통령이 됐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집회가 박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열렸기 때문에 만약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더라면 시위 함성을 들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체로 평화롭고, 때로는 축제 같았던 집회 분위기에 주목하는 외신도 많았다.
CNN은 집회 참가자들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발언 중간 중간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등 유쾌한 분위기였으며,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집회 참가자들은 평화롭게 행진을 이어갔다면서 이전에 경찰과 충돌을 빚는 등 폭력 사태로 번진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시위와 대조됐다고 보도했다.
최순실 국정 개입 파문에 큰 관심을 보여온 일본 언론도 촛불집회를 상세하게 전했다.
12일 밤부터 촛불 집회를 톱 뉴스로 다룬 NHK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인 26만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파도 타기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요미우리신문은 1면 기사에서 집회 주최 측이 참가자를 100만명으로 발표했다고 전한 뒤 최근 박 대통령 지지도가 5%까지 떨어졌다며 향후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예정돼 있어 국민 분노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은 3면에 “‘퇴진을’ 분노하는 한국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커플, 학생,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의 모습이 눈에 띄었으며 참가자들은 촛불과 플래카드를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별도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역풍이 일고 있다”며 “지난 10일 대구 번화가에서 박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노래가 흘러나와 사람들이 불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고 소개했다.
중국 언론은 사실 위주로 차분하게 전달하는 분위기다.
중국 신화통신은 “100만명의 한국인이 서울 도심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평화롭게 집회를 이어갔다”며 “대규모 인파가 몰렸지만 참가자들은 차분함을 유지하며 자제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망은 서울발 기사에서 2000년 이래 최대 규모 집회가 개최돼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면서 이날 오후 6시 현재 광화문 광장에 모인 촛불시위 사진을 게재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망은 중국신문망 보도를 인용해 서울 도심의 촛불시위를 전달했다.
중국 언론은 한국에서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진 초기 상황과 달리 이번 시위에 대해 사실 위주로 차분하게 현지 상황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중국 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