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맹국이 주둔 미군 방위비를 100% 부담하지 않으면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했다.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외 주둔 미군을 아예 철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외교가에선 "앞으로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협상이 트럼프 당선인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주한 미군 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병력 감축이나 역할 변경은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외대 남궁영 교수는 11일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주한 미군 감축 카드가 먹혀도 좋고 안 먹혀도 상관없다"며 "먹히면 한국의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이고, 안 먹히면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이라는) 공약을 이행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군은 1970년까지 최대 7만명에 달했으나 1971년 닉슨 행정부의 미 7사단 철수로 4만명 안팎으로 줄었고, 2006년 이후에는 2만8500여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병력 감축을 넘어 주한 미군의 역할 변경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전직 안보 부서 고위 당국자는 "부시 행정부 시절 주한 미군을 북한 억지를 위한 '한반도 붙박이' 부대에서 전략적 유연성(한반도 밖으로 병력 이동)을 갖는 '신속 기동군'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효율성을 강조하는 트럼프 시대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연구원 출신의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 도발 억제에 초점을 맞췄던 주한 미군의 역할이 중국 견제로 전환될 수 있다"며 "한국이 이에 반대하면 미국은 철수까지도 고려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반면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한 미군의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 국방장관이던) 럼즈펠드식 주장"이라며 "당시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느라 주한 미군까지 끌어 쓸 필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에 실질적 위협으로 부상한 만큼 주한 미군 역할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