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 조직을 파헤쳐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최순실 비선 실세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의 수석 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사표 제출을 지시받은 수석 비서관은 정책조정·정무·민정·외교안보·홍보·경제·미래전략·교육문화·고용복지·인사의 10개 직이다.

2013년 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던 당시 청와대에는 총 9명의 수석 비서관이 있었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9명의 수석과 이에 준하는 6명의 기획관이 존재하던 것을, '슬림화' 하겠다는 목적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임기를 거치면서 박근혜 정부의 조직도 조금씩 몸집이 커졌다. 잇단 인사 실패가 발생하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며 인사수석실을 신설했고, 임기 3년 차에 들어선 2015년에는 국정기획수석을 정책조정수석으로 개편했다. 한때 대통령을 특별 보좌하는 특보단이 신설됐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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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 하는 자리야?

특별감찰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2014년부터 시행된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전임 대통령들이 친인척 및 가족 비리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자, 재발 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독립된 지위를 가지는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족, 비서실 내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들의 비위행위(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상시 감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공약으로 탄생한 특별감찰관 제도는 출범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대 특별감찰관으로 취임한 이석수 전 감찰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및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내사를 하던 중 사임했기 때문이다.

한편, 우병우 비서관이 있는 민정수석실에서도 고위 공무원에 대한 감찰 사안이 있을 때 특별감찰반을 꾸려 운영할 수 있다. 때문에 특별감찰관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 기존 민정수석실의 특별감찰반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민정수석실의 특별감찰반은 한시적 운영, 특별감찰관은 상시적 운영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보좌하기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기관인 비서실을 총괄하는 자리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대통령의 명을 받아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직제상으로는 장관급이지만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 때문에 국무총리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이 통합된 '대통령실'을 운영했으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비서실과 경호실이 다시 분리되었다.

총 5번 교체된 박근혜 정부의 비서실장들

역대 박근혜 정부의 비서실장들. (허태열 → 김기춘 → 이병기 → 이원종 → 한광옥)

역대 박근혜 정부의 비서실장 중 가장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던 건 김기춘 전 실장이다. 78세 고령으로 비서실장에 오른 김기춘 전 실장은 참모진 인사 등에 깊숙이 관여하여 '기춘대원군'이라 불렸다. 김기춘을 비롯해 허태열,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임명된 이원종 전 실장은 취임 5개월 15일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국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이 전 실장은, 실제로 아무것도 모르는 '허수아비'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니었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의원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4 비서관

비서실장 직속으로는 총무비서관과 제1·제2부속비서관, 의전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 등 5명의 비서관이 있다.

이재만·정호성·조인근 전 청와대 비서관.
○ 총무비서관 -  청와대 살림살이 담당

총무비서관은 비서실의 인사관리와 재무·행정 업무, 국유재산과 시설·물품 관리, 경내 행사 등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특히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청와대의 내부 사이버 보안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안 전 비서관의 승인이나 묵인 없이는 연설문을 포함한 청와대 문서 유출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부속비서관 -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 담당

부속비서관은 총 2명이다. 제1부속비서관은 청와대의 내부 일정을, 제2부속비서관은 본래 대통령 부인의 일정을 담당하는 역할이지만, 현 정부에서는 1·2부속비서관이 통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맡고 있는 탓에 '비서실 안의 비서실'이라 불릴 만큼 요직이나, 그만큼 부패하기 쉬운 조직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봐야 하는 문서나 자료도 통상 부속비서관을 거쳐 전달된다. 보고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도 부속비서관의 몫이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최순실에게 매일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의전비서관 -
  공식행사 담당

대통령의 일정 관리와 접견 및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등을 담당한다. 일정 관리에 있어 부속실과 차별되는 점은 부속실의 경우 청와대 내부 일정을, 의전실의 경우 공식·대외 일정을 담당하는 것이다. 국빈급 오·만찬도 의전비서관이 챙긴다.

 
연설기록비서관 -  연설문 담당

대통령이 발표하는 연설문 작성을 담당한다. 연설문은 연설기록비서관이 작성한 뒤 통상 부속실로 넘어간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출범 때부터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이 '대통령의 펜' 역할을 해 왔다. 여담으로, 조 전 비서관의 글쓰기 실력은 정치권 안팎으로 정평이 나 있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를 영입하려 애썼다고 한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 의혹이 나온 뒤 돌연 사표를 내고 사흘간 잠적했다.


정책조정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책조정수석은 2015년 대대적인 청와대 조직 개편과 함께 생겨났다. 이전에는 국정기획수석이라 불리던 직책이 정책조정수석으로 바뀌었다. 사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명박 정부 때 신설된 자리다. 4대강, 세종시 등 굵직굵직한 정부의 중점 사업을 관리하면서 수석 중에서도 파워가 가장 센 '왕 수석'으로 통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출범 때부터 핵심과제를 반드시 챙기겠다는 의지로 국정기획수석 자리를 부활시켰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담당하는 업무는 비슷하다. 국정과제의 기획과 관리가 주 업무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을 정책조정수석에 임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책조정수석이 되기 전 경제수석이던 그는 기초연금, 생애주기별 복지 등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을 기획한 '정책 브레인'으로 꼽힌다.

정무수석
조윤선·김재원 전 정무수석.

정무수석의 '정무(政務)'란, 정치나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를 뜻한다. 대(對) 국회·정당 업무 및 행정과 치안에 관련된 사안을 챙기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유능한 정무수석은 여야 의원들을 넘나들며 '정부-국회-국민'의 가교 역할을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뭐 하는 사람이냐"는 핀잔을 듣는 경우가 이전에도 왕왕 있었다.

'박근혜의 여자'라 불렸던 조윤선 전 정무수석도, 재임하는 11개월 동안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증언하여 '역대급 무능한 정무수석'이란 비난을 들었다. 실제로 정부와 국회의 훌륭한 가교가 되기 위해서는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소통하며 그의 국정철학을 충분히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최순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출입기자들에게 "외롭고 슬픈 박 대통령을 도와달라"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민정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민정수석의 '민정(民情)'은 백성의 뜻을 살핀다는 뜻이다. '민정을 살핀다'는 건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용어인데, 말 그대로 국민 여론 및 민심 동향을 파악하는 일을 일컫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 때 신설됐다.

그런데 역할이 민심을 살피는 게 전부가 아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업무를 총괄하며,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인사검증 권한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들 기관에서 나오는 정보는 모두 민정수석실로 모여든다.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인사에 대해 '민정이 손썼다'는 얘기가 과거 정부에서도 종종 나왔다. 얼마 전 검찰에 출석하며 우병우 현 민정수석이 보인 '당당한' 태도가 괜한 것이 아닌 셈이다.

○ 공직기강비서관

민정수석실에 소속된 공직기강비서관은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신설된 직제다. 기존에 민정수석실 내 사정1비서관이 맡던 업무였던 주요인사들의 인사정보 관리를 전담하기 위해 생겨났다. 민정수석실 내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이 특별히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건, 박근혜 정부의 첫 담당자였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때문이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지난 2014년,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가 연루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현행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인원은 총 443명이다. 이 중에는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10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400여 명의 직원을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지만, 국민에게 권력을 이양받아 나랏일을 돌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막대한 예산을 쓰는 청와대 사람들이,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운 일에 휘말려 국민들로부터 "도대체 뭐 하는 자리야?" 소리를 듣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