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밴드 '더크로스'의 보컬 김혁건(35)씨가 전신마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 '넌 할 수 있어'를 최근 출간했다.
김씨는 2012년 오토바이를 타고 교차로를 지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그는 어깨 아래로는 모든 감각이 없어지고, 움직일 수도 없는 전신마비 장애를 얻었다.
숨쉬기도 버거웠던 김씨는 좌절하지 않고 중증장애를 이겨냈고,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김씨는 "내 경험이 절망에 빠진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애극복 과정을 글로 썼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만난 김씨는 휠체어에 앉은 채 자신의 자작곡이자 에세이집 제목과 같은 노래 '넌 할 수 있어'의 한 소절을 힘겹게 불렀다. 그의 아버지 김광운씨가 김씨의 옆에서 그의 배를 수차례 힘껏 누르자 그제야 호흡을 가다듬으며 노래를 시작했다.
교통사고 후 전신이 마비된 그는 횡격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폐활량이 일반인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속삭이는 정도밖에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숨쉬기가 힘들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재활에 열중하던 김씨는 2014년 우연히 아버지가 배를 세게 누르면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법을 알게 됐다. 배를 눌러 횡격막을 움직여서 인위적으로 폐에 공기를 채우는 방법이었다. 김씨는 "그때부터 '다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김씨가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배를 눌러주는 기계를 손수 그려 전국의 철공점을 돌아다니며 만들어달라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김씨의 사연을 들은 서울대 로봇융합연구소의 방영봉 교수 연구팀은 횡격막을 눌러주는 장치를 만들어줬다.
김씨는 이 기계로 매일 몇 시간씩 노래 연습을 시작했고, 폐를 확장시켜주는 재활 치료도 받았다. 폐에 인위적으로 공기를 주입해 폐를 크게 만드는 치료였다. 그는 "노래를 더 잘 부르려면 일반인의 폐활량은 되어야 하지 않느냐"며 "폐가 찢어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재활을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노래 한 소절을 녹음하는 데에만 몇 시간이 걸렸고 한 곡을 1년이 다돼서야 완성할 수 있었다.
김씨는 2001년 방송사 엠넷(Mnet) 뮤직 페스티벌 록부분에서 대상을 받으며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그룹 '더크로스'로 데뷔해 'Don't cry'라는 곡을 발표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예전에 록 밴드를 할 때처럼 마음껏 소리를 내지르지 못하지만, 감성적인 노래를 부르는 건 자신 있다"면서 "오히려 다치기 전보다 더 가사와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계속 노래를 부르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면서 “사고를 통해 노래가 제 삶이자 전부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