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의 실제 운행 속도가 평균 시속 150~190㎞에 그쳐 고속철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부산 사이 여섯 역에 정차하는 경부선 KTX는 평균 속도가 시속 148.2㎞로 가장 느렸고, 용산~광주송정 사이 다섯 역에 정차하는 호남선 KTX도 평균 시속 154.5㎞ 수준으로 나타났다. 철도 전문가들은 "KTX가 고속철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 속도 못 내고 달리는 KTX
12일 코레일과 철도기술연구원 등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완수(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부선 세 역(대전·동대구·울산)에 정차하는 KTX와 호남선 세 역(광명·천안아산·익산)에 서는 KTX 역시 평균 시속이 176~191㎞ 수준으로 파악됐다〈표〉. 현재 경부선·호남선에 투입되는 KTX 열차와 KTX-산천 열차는 모두 최고 속도가 시속 300㎞이다. 고속철이 달리는 선로 역시 경부선은 최고 시속 305㎞, 호남선은 시속 350㎞까지 달릴 수 있도록 건설돼 있다.
KTX가 이처럼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경부선은 최대 6곳, 호남선은 최대 5곳인 정차역 때문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정차역이 하나 더 생길 때마다 KTX의 전체 운행 시간은 6~7분씩 길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속 300㎞까지 달리던 열차가 완전히 정지하는 시간, 승객을 태우는 정차 시간(2분), 다시 속도를 300㎞까지 올리는 시간을 더한 시간이다.
최근 경부선과 호남선 정차역을 둔 지자체 등에서 "정차 횟수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어 KTX가 더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에는 새로운 정차역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보다는 역별로 '정차 횟수'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해당 지역민의 편의도 보장해야겠지만 정차 횟수가 늘어날수록 열차 이용객들이 시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익스프레스' 고속철 등 다양한 운행 방식 검토 필요"
일부 철도 전문가는 "KTX 본연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정차역을 하나 정도만 운영하는 '익스프레스' 열차 등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코레일은 실제로 2010년 12월부터 작년 4월까지 서울~부산 KTX 무정차 열차를 운행했지만, 평균 승차율이 43.3%로 낮아 "수익성이 낮다"는 등 이유로 운행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 한 철도 전문가는 "KTX도 서울 지하철 9호선처럼 '급행'과 '완행'으로 나눠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급행' 서비스는 일종의 프리미엄 서비스로 높은 가격을 받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이용객이 많은 정차역 한 곳 정도에서만 정차하게 되면 평균 속도를 시속 20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어, 현재 최대 2시간 50분까지 걸리는 서울~부산 KTX의 운행 시간을 2시간 10분 정도로 30~40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일반 KTX의 요금은 낮춰 수지 균형을 맞추면 이용객 불만도 줄일 수 있다.
고속철과 일반 철도가 함께 달리는 구간을 줄이고 고속철 전용 선로를 서둘러 깔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용 선로가 없으면 KTX는 해당 구간에서 일반 열차처럼 빨라야 최고 시속 150㎞로 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광명~서울, 목포~광주송정 구간의 선로 개량 사업을 서두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10년 이내에 선로에 대한 큰 투자 없이 전차선·신호 시스템 등만 개선해 차세대 고속철 '해무(HEMU-430X)'를 투입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철도기술연구원 등이 개발한 '해무'는 운행 최고 시속 370㎞(설계 최고 시속 430㎞)로 현재 KTX 열차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향후 연구·개발을 통해 해무의 운행 최고 속도를 시속 400㎞ 수준까지 개선시키면 서울~부산을 1시간 30분에 주파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