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구매 가격의 일정 비율로 받은 포인트(마일리지)로 물품을 구매했을 경우 포인트 액수에 해당하는 매출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가를 놓고 벌인 3년여간의 소송 끝에 광장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롯데 측을 대리한 광장은 1, 2심에서 패소했지만, 결국 포인트와 증정상품권 결제액이 부가세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세무당국은 상고심에서 바른에 대륙아주까지 추가 선임하며 힘을 더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롯데쇼핑과 롯데역사가 남대문세무서 등 92개 세무서를 상대로 “롯데포인트에 대해 냈던 매출 부가세를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롯데 측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다. 대법관 13명 중 8명이 이 같은 결정에 찬성했다.
롯데는 고객이 롯데계열사들이 운영하는 영업점에서 물품을 구입(1차 거래)하면서 멤버십 카드를 제시할 경우 구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포인트가 1000점 이상이 되면 다음 거래(2차 거래)에서 고객이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역사는 2009년부터 2010년 고객이 포인트와 상품권으로 결제한 매출을 과세표준에 포함해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한 후 “포인트 등 결제는 부가가치세법상 에누리(할인분)액이라 과세표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경정청구를 했다. 경정청구는 국세심판원이나 행정법원에 소송을 내는 대신, 세금을 돌려 달라고 세무서에 청구하는 제도다.
현행 부가세법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고 지급한 금액에 대해 부가세를 걷고 구입 당시 일정액을 빼주는 에누리액은 과세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무당국이 경정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두 업체는 2013년 “부가세 322억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 세무당국 법무법인 두곳 선임하며 힘썼지만...최종 승리는 롯데 대리인 광장
롯데 측은 1심부터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해 3년 만에 승소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1·2심에서 승소했던 세무당국은 상고심에서는 바른과 대륙아주 연합군 전략을 썼지만, 패소했다.
광장에서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대기업의 조세 관련 자문을 하고 있는 손병준(50·〃 25기) 변호사가 김경태(46·〃 28기)·서효성(33·〃42기) 변호사와 함께 1심부터 사건을 이끌었다. 광장에서 조세소송 전반을 총괄하는 손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조세조), 서울행정법원 판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권광중(74·사시6회), 유원규(64·〃 9기), 이인형(51·〃 20기) 변호사가 상고심에서 변호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세무당국은 당초 1심에서는 별도의 법무법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2심에서는 법무법인 바른을 선임했다. 바른에서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수원지법 안산지원장을 역임한 이성훈(58·〃14기) 변호사와 조용민(41·〃36기)·박상오(33·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가 함께 사건을 맡았다.
세무당국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패소할 경우 토해내야 할 세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상고심에서는 바른 외 대륙아주를 추가로 선임하며 힘을 더하고자 했지만, 패소했다. 대륙아주에서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조관행(60·〃12기) 변호사와 심필선(38·〃38기)·최기훈(37·〃41기)·황인욱(35·〃42기)·박봄빛누리(29·〃44기)·이유진(30·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다. 감사원장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한 이시윤(81·고등고시 10회) 고문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법조계 관계자는 “세무당국이 법무법인을 두 곳이나 선임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만큼 이번 사건 판결 결과에 따른 파급 효과를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판례·논문 조목조목 반박하며 설득...“포인트는 금전적 가치 없는 에누리”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포인트를 에누리액으로 볼 것인지였다. 현재 롯데뿐 아니라 신세계 또한 유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법원은 그동안 롯데와 신세계 포인트 관련 사건의 1, 2심에서 “포인트가 결제수단으로서 금전적인 가치가 있어 에누리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해왔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다수결로 결론을 내리는 전원합의체로 넘겨 심리했다. 대법원 사건은 원칙적으로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한다. 대법원은 대법관 4명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 또는 사회적 쟁점이 되는 경우에는 사건을 전원 합의체로 넘긴다. 통상 민사사건의 70~80%는 사실 관계를 다투지만, 조세사건의 80~90%는 사실 관계보다는 법령 해석을 놓고 맞선다.
광장은 1·2심에서와 마찬가지로 포인트가 금전적 가치가 없는 에누리인 점을 강조했다. 최근 조세법연구회에서는 롯데쇼핑보다 하급심 선고가 빨랐던 신세계의 포인트 관련 하급심 판결 사례를 담은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광장은 이 논문과 앞선 판례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설득력을 높였다.
손병준 변호사는 “백화점 전단지의 5% 쿠폰이나, 상품 앞에 진열된 500원짜리 할인 쿠폰이 금전적 가치가 없어 돈으로 바꿀 수 없듯 포인트와 증정상품권도 금전적 가치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쿠폰을 종이로 써주면 관리가 어려우니 편리·효율성을 위해 포인트 카드로 관리한 것 뿐인 점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결국 광장은 대법관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대법원은 “결제과정에서 포인트와 증정 상품권으로 처리된 부분은 부가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에누리액’에 해당한다”며 “1차 거래 때 적립된 포인트는 사업자가 고객에게 약속한 할인약정의 내용을 수치로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비록 포인트를 쓰는 2차 거래와 관련해 롯데쇼핑이 (롯데 계열사인) 롯데카드로부터 정산금을 받더라도 이는 롯데그룹 통합결제 약정 및 업무제휴 계약에 따라 발생되는 정산이다”며 “그 정산금이 포인트를 사용해 거래한 2차 거래의 공급가액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유사 후속 사건·부가세 과세제도에 큰 영향 미칠 것”
이번 판결은 마일리지 또는 증정 상품권 결제액이 부가세 과세표준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앞으로 마일리지와 증정상품권 관련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도 ‘신세계 포인트’ 과세에 반발해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손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다른 유사 후속 사건과 부가가치세 과세제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포인트, 증정상품권 사용액에 대해 정산 여부 등에 관계없이 에누리액으로 판단해 향후 마일리지 또는 증정상품권과 관련한 경정청구가 쇄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따른 파급 효과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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