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동아시아는 연이은 초강력 태풍의 상륙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7월 대만에 상륙한 1호 태풍 '네파탁'은 중국 푸젠성 일대를 강타해 주민 11명이 숨지고 23명이 실종됐다. 재산 피해도 65억위안(약 1조800억원)에 달했다. 일본에선 지난달 9호 태풍 '민들레'와 10호 태풍 '라이언록'이 각각 수도권과 동북부 지역을 덮쳐 모두 12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당했다.

동아시아에 상륙하는 태풍의 위력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 40년간 50% 가까이 강력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와 샌디에이고주립대 공동연구진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와 일본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1977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에 상륙한 태풍의 풍속과 진로, 위력 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이 지역 태풍의 강도는 37년 전에 비해 평균 12~15% 증가했다. 연구진은 "태풍의 강도가 15% 강해지면 파괴력은 50% 가까이 높아진다"며 "태풍에 동반되는 강풍과 파도, 폭우 등으로 인해 실제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이 같은 변화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들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에 공급되는 에너지가 증가해 태풍 최고 풍속이 더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동아시아 연안의 해수면 온도는 10년마다 약 0.3도씩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 진행 속도에 비춰봤을 때,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강도와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웨이메이 교수는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태풍에 대비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