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카롱? 슈크림? 다 이탈리아에서 건너간 겁니다. 프랑스 빵 바게트요? 이탈리아 치아바타가 훨씬 낫죠."
마테오 베르티(42)와 엠마누엘레 포르코네(33)는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베르티는 이탈리아 유명 요리학교 알마(ALMA)의 총괄교수. 알마의 제과·제빵 담당 교수 포르코네는 2015년 제과월드컵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해 우승했다. 이들은 알마의 한국 분교 일꾸오꼬알마에 제과·제빵 과정을 신설하기 위해 방한했다. "마카롱은 8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수도원에서 만들어지다가 프랑스로 넘어간 겁니다. 슈크림의 기본인 슈 반죽은 판타렐리라는 이탈리아 셰프가 1540년 처음 만들었고요."
마카롱이나 슈크림처럼 프랑스 음식 중엔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게 많다. 이탈리아는 왜 서양 요리 종주국이라는 영예를 프랑스에 뺏긴 걸까. "이탈리아는 프랑스처럼 통일 국가를 이루지 못했어요. 음식도 마찬가지로, 지역 음식들을 통합하거나 표준화하지 못했죠. 이탈리아 요리는 지역마다 개성이 너무 강해요. 북동부 트렌티노주 사람들은 호밀빵, 남부 캄파냐 사람들은 시큼한 빵, 토스카나 사람들은 소금을 넣지 않은 심심한 빵만 먹지요." 베르티 교수는 "이탈리아에서 음식은 개인의 정체성이자 지역의 상징"이라고 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디저트라면 티라미수가 빠지지 않는다. 티라미수는 이탈리아 북동부 도시 트레비소에서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고전적 티라미수는 달걀과 마스카르포네 치즈, 커피, 사보이아르디(영어로 '레이디 핑거'라고도 부르는 갸름하고 부드러운 쿠키) 이렇게 4가지만 들어간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커피에 적신 사보이아르디를 깔고 설탕을 넣어 거품 낸 달걀 흰자·노른자를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섞은 크림으로 덮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보이아르디 대신 일반 쿠키나 스펀지 케이크를, 마스카르포네 대신 크림치즈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말을 들은 베르티 교수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견과류나 초콜릿을 첨가할 수도 있고, 커피에 럼·마르살라 같은 술을 섞는 등 다양하게 변주할 수는 있죠. 하지만 핵심인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사보이아르디는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너무 달지 않으면서 고소한 마스카르포네 치즈 맛이 부드럽게 입안을 채운 상태에서 사보이아르디를 깨물었을 때 씁쓰름한 커피가 흥건하게 입안을 적셔주는 맛. 이게 티라미수의 핵심입니다. 그는 "크림치즈는 신맛 때문에 어울리지 않고, 쿠키는 너무 딱딱하고 커피를 충분히 빨아들이지 못하며, 스펀지 케이크는 질척해져 식감이 떨어진다"고 했다.
포르코네 교수는 이탈리아 빵 치아바타가 샌드위치용으로는 최고라고 주장했다. 치아바타는 바게트가 샌드위치용으로 인기를 얻자 이탈리아 빵집 주인들이 1980년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아바타는 껍질이 바삭하면서도 얇고 속은 부드럽죠. 그래서 파니니(치아바타로 만드는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는 소스 없이도 속재료와 빵의 조화를 만끽할 수 있어요. 하지만 껍질이 두껍고 딱딱한 바게트로 샌드위치를 만들면 소스를 바르지 않을 수 없어요. 먹다보면 턱이 아프고 입과 목이 뻑뻑하게 막히니까요.이들은 "치아바타가 바게트보다 우월하다는 걸 이젠 아시겠죠"라며 싱긋 웃었다.
[그렇다면 정통 티라미수 레시피는?]
커피 시럽: 커피600g, 설탕 350g
마스카르포네 크림: 마스카르포네 286g, 시럽(물·설탕 70g씩), 달걀 노른자 104g, 젤라틴 9g, 물 45g, 우유 40g, 휘핑크림 350g
사보이아르디 10~15개, 카카오(초콜릿) 가루 약간
1. 시럽을 끓이고 달걀 노른자를 붓는다. 거품기로 저어주면서 섭씨 85도에서 익혀준다. 녹인 젤라틴을 첨가한다.
2. 또 다른 그릇에 우유와 마스카르포네를 섞어 부드럽게 만든다. 1을 더해 온도가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한다. 매끈하게 거품 낸 휘핑크림을 더해 섞는다.
3. 커피, 설탕을 섞어 커피 시럽을 만든다.
4. 사보이아르디 5~8개를 커피 시럽으로 적셔 원형틀 바닥에 깔고 2의 마스카르포네 크림으로 덮는다. 남은 사보이아르디를 커피 시럽에 적셔 마스카르포네 크림 위에 올린다. 남은 마스카르포네 크림으로 틀을 완전히 채우고 카카오 가루를 뿌린다. 냉장고에 1시간 정도 뒀다가 차가울 때 먹는다.
출처=알마 이탈리아 요리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