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월) 수시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2017학년도 대학 입시의 막이 오른다. 올해 대입에서는 전체 모집정원의 70%인 24만8669명을 수시로 선발하는데, 수시 전형 가운데 학생부위주전형 선발인원이 무려 86%(21만3393명)에 달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이 57%, 학생부종합전형이 29%를 차지한다. 교과전형 비중이 더 커 보이지만, 서울 주요 대학 대부분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올해 수시모집 선발인원은 전년도보다 4921명 늘었는데, 이 가운데 4470명이 학생부종합전형 인원인 점만 봐도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이번 수시 지원전략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그간 수시의 또 다른 축이었던 대학별고사 전형 선발인원은 소폭 감소했다. 논술전형의 경우 30개 대학에서 1만4861명을 선발하는 수준이다. 다만 서울의 주요 10개 대학에서 여전히 많은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유효하다. 논술고사 경쟁률은 거의 모든 모집단위에서 30대1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지원자가 많기 때문에 실질 경쟁률은 큰 폭으로 하락한다. 그러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논술 실력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합격이 어려우므로, '요행'을 바라는 건 금물이다. 지원 대비 합격률이 가장 낮은 전형이 논술전형임을 감안하면, 이 전형에 집중하는 학생들은 지원 전략을 슬기롭게 짜야 한다.

어학·과학·수학 등 특기자를 선발하는 실기위주전형은 작년보다 소폭 늘어난 1만7942명을 선발한다. 2017학년도에 특기자전형 선발인원을 축소한 대학이 많지만, 연세대·고려대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이 전형으로 많은 인원을 모집한다. 특기자전형은 특목·자사고 학생들에게 많이 유리하나, 최근에는 일반고 학생도 많이 합격하는 추세여서 어학·과학·수학에 재능 있는 일반고 학생들도 욕심내볼 만하다.

김대호 정보학원 입시전략연구센터장

적성전형의 경우, 2017학년도에 금오공과대와 한성대가 해당 전형을 폐지했지만, 삼육대가 이 전형을 신설하고 다른 대학들도 모집인원을 늘리면서 여전히 수시모집의 한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내신 평균 3~4등급 전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17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를 염두에 둬야 한다. 29개 대학이 한국사를 3~5등급 수준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목표대학의 기준을 잘 확인하고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성적에 따라 어떻게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할지, 내신 성적대별로 자세히 살펴보자.

내신 1~1.5등급

학생부교과 강세… 의예과 쏠림 현상

[내신≤수능] 이 구간에 있는 학생들은 내신과 수능 모두에서 강한 경쟁력을 가진 최상위권이다. 서울대 지역균형전형과 일반전형, 연세대 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중복지원 가능), 고려대 학교장추천전형과 융합전형(중복지원 불가능)에 모두 합격 가능하다. 그러나 뛰어난 학생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학생부 비교과나 면접 역량 차이가 당락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계의 경우 내신 1.3등급 이내는 의예과에 지원하는 학생이 매우 많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과 경쟁률이 모두 높기 때문에 합격률은 낮은 편이다. 전국의 의대 선발인원 중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하는 비율이 47%로 가장 높은데, 대부분 지방대에서 모집한다. 의대를 희망하는 최상위권은 ‘학생부교과전형 중심의 지방대 의대’와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중심의 수도권 의대’ 중 어느 곳에 지원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내신〉수능] 이 구간에 있는 학생들은 학생부위주전형으로 최상위권 대학 문을 두드려야 한다. 수능 2~3개 영역에서 2등급을 받고 학교에서 추천을 받을 수 있다면, 서울대 지역균형전형이나 고려대 학교장추천전형을 최우선에 두면서 학생부위주전형을 배치하면 된다. 학교 추천을 받지 못했더라도 내신이 1등급 초반이면서 학생부 비교과와 심층면접에 자신 있다면, 서울대 일반전형과 고려대 융합전형, 연세대 학교활동우수자전형을 공략할 수 있다. 학생부 비교과에 확신이 없거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할 수 없다면, 교과 성적을 높이 평가하는 전형에 지원하는 게 좋다. 한양대 교과, 이화여대 학교장추천, 경희대 학교생활충실자전형 등이 있다.

내신 1.5~2.5등급

학생부종합전형 적극 지원을

[내신≤수능] 이 구간에 있는 수험생은 학생부교과전형으로는 중앙대·서울시립대 등에 지원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내신보다 수능에 더 자신 있는 경우라면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논술전형의 지원 하한선을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등으로 정해서 6회 지원 방법을 설계하는 것이 좋다.

이 구간에 있는 수험생이 논술전형에 집중할 경우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논술전형 자체의 경쟁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논술전형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수능을 공부하는 틈틈이 논술 대비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내신〉수능] 내신 성적은 높은 편이나 상대적으로 수능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로, 이 구간의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선호한다.

학생부교과전형으로는 중앙대·경희대·한국외국어대·서울시립대 등에는 합격하기 어려운 성적대다. 다만 비교과를 잘 준비해 온 수험생이라면, 서강대나 성균관대 학생부종합전형까지 도전해 볼만하다. 그러나 상위권 인기학과는 학생부종합전형이더라도 내신 평균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1등급 중반인 학생도 지원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만약 학생부 비교과에 특별한 활동이 없고 면접 역량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면, 서울권의 동국대, 숭실대, 국민대, 광운대, 세종대, 서울과학기술대나 경기·인천권의 인하대, 아주대 등의 학생부교과전형에 응시하는 것도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내신 2.5~3.5등급

무모한 지원보다 현실적 대안 필요

[내신≤수능] 모의고사 성적은 비교적 우수하지만, 내신 성적이 부족한 경우다. 이 성적대 학생들은 학생부교과나 학생부종합 모두에서 만족할 만한 지원 대학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수시 지원 기회 대부분을 논술전형에 사용하지만, 실제 합격률은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적성고사전형보다 훨씬 낮다. 따라서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을 살펴보고 정시에서 합격할 수 있는 대학보다 더 높은 대학 가운데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적성고사전형을 실시하는 곳이 있다면, 이 전형들을 활용하는 게 합격률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내신〉수능] 내신 성적과 학생부 비교과의 장점을 살려 학생부위주전형에 희망을 거는 한편, 건국대·광운대·서울과학기술대 등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의 논술전형에 승패를 거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내신 평균 2~3등급 학생이 학생부교과전형에 지원해서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서울권 대학에는 국민대·광운대·홍익대·숭실대·세종대 등이 있다. 2단계에서 면접을 두는 명지대·인하대·동국대 등의 학생부교과전형에도 지원 가능하다. 그러나 내신 평균이 3등급을 넘어가면 앞서 제시한 대학에 학생부교과전형으로 합격하기는 어렵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내신 등급이 내려갈수록 평균 지원횟수가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하지만 고교 3년간 나름대로 키워온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 내신이 다소 낮더라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내신 3.5~4.5등급

수학 점수 좋다면 적성전형 공략

[내신≤수능] 내신이 3.5등급 이하이고 수능이 3등급 정도라면, 수시에서 특별히 강점을 가진 전형을 찾기 어렵다. 만약 수능 경쟁력을 갖췄다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중하위권 대학의 학생부교과전형에 지원 가능하며, 가천대나 고려대(세종) 등의 적성고사에서 합격의 길을 열 수도 있다. 인문계에서 국어와 사회탐구 영역의 수능 점수가 높거나, 자연계에서 수학과 과학탐구 영역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항공대·광운대·서울과기대 논술전형도 생각해볼 만하다.

[내신〉수능] 수능의 특정 영역이나 학생부의 장점을 잘 살려서 정시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지원 전략을 펼쳐야 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고려대(세종)나 홍익대(세종)의 경우 모의고사 한 개 영역에서 3~4등급을 받을 수 있다면 합격 가능성이 더 커진다. 특히 수학 실력이 뛰어나면 적성고사에 유리하므로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서 학업역량을 보여줄 수 있고 자기소개서로 나름의 발전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 수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을 노려보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지방대학의 학생부교과전형도 고려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입시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일부 대학은 내신 성적과 관계없이 학업능력과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인성을 파악해서 학생을 선발한다. 내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특정 대학의 인재상과 일치하는 잠재력을 제시할 수 있다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