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x2=소박이, 2x4=짐 센터, 2x8=오른팔, 4x4=사이즈 기상천외한 구구단이 TV 브라운관 안팎을 물들이고 있다. 아재개그로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부장아재’는 개그맨 서금천, 백승훈, 임준빈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서 지난 6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코너다. 방송 2회 만에 SNS에서 500만 뷰를 돌파하며 아재개그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아재개그는 아저씨를 의미하는 아재와 개그가 합쳐진 말이다. 단어나 음절 등 반복되는 말을 살려 웃기는 개그다. ‘부장아재’는 정직원이 되길 소망하는 인턴(임준빈)이 끊임없이 아재개그를 쏟아내는 백부장(백승훈), 서부장(서금천)의 개그 코드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부장들의 기발한 아재개그와 아재개그를 들을 때마다 인턴이 절규하며 “엄마~”를 부르짖는 장면을 보면 웃음이 빵~ 터지고 만다.
아재개그의 핵심은 ‘말장난’
세 사람은 3개월의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부장아재를 만들었다. 백승훈은 요즘 대세인 아재개그로 코너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아재개그의 핵심은 말장난이에요. 바쁜 일상 속에서 말장난 같은 유머 한 마디는 스트레스 해소가 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분위기 전환용으로 쓰기에도 좋지요. 기존에 없던 소재로 아재개그를 해보고 싶었어요.”(백승훈)
6x2=농, 2x8=이 저려, 6x2=견, 3x2=자 등의 구구단뿐 아니라 대학 시리즈인 아재개그도 인기다. 백부장은 흔히 서울대, 고대, 연대를 나타내는 스카이대를 연상시키는 대학을 내뱉는다. “난 S대 출신이야” 라고 얘기하면 인턴은 “서울대요?” 라고 묻는다. 백승훈은 “아니 세면대, 세수나 할과.” Y대는 임재범 대, 내 거친 생각과.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 중 한 소절이다. 이와 같은 말장난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부장아재의 개그 소재는 한 번 쓰면 다시 쓸 수 없는 소모성 개그이기 때문에 최대한 잘 살리는 게 중요해요.”(임준빈)
“혼자 있을 땐 늘 동음이의어를 생각해요. 아재개그에도 난이도가 있어요. 단어를 반복할 때 예를 들어 세 글자의 경우 삼겹살, 굳은살, 네 글자의 경우 라면사리, 하루살이 등 이렇게 비슷한 발음이나 반복되는 단어를 찾는 게 중요해요. 뉴스, 국어사전, 노래 가사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단어를 모색합니다.”(서금천)
“저희 셋의 장점은 각자 장단점이 겹치는 게 없다는 거예요. 금천이 형은 말장난을 잘 짜고, 승훈이는 대학 파트 개그 및 구성 정리를 잘하죠. 전 그 외의 모든 것들을 잘하고요(웃음).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끈끈한 팀워크가 부장아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죠.” (임준빈)
이들은 방송 녹화 날을 제외하고 매일 6시간 이상씩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그리고 대학로에 있는 웃찾사 전용 공연장에 올려 관객들의 반응을 살핀다. 재미없었던 부분은 재구성해 다시 공연한다. 주 4~5회 이상 공연장에 올려 끊임없는 수정 작업을 거친 후 비로소 녹화에 들어간다. 한 코너를 올리기 위해 이들은 일주일의 시간을 쏟는다. 힘들 법도 한데 개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어 즐겁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TV에 얼굴을 비춘 적이 없어 부장아재로 데뷔한 신인 개그맨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각자 2000년대 초·중반부터 방송과 대학로 극단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잔뼈 굵은 개그맨들이다. 임준빈은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웃기는 게 좋았다. 신동엽을 동경하며 개그맨의 꿈을 키웠고 2007년 SBS 공개 개그맨에 합격했다. 백승훈의 어릴 때 꿈은 연예인이었다. 대학교 땐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연기 학원에 등록하기도 했다.
“2004년 극단에 들어가려고 오디션을 봤어요. 당시 면접관이 황현희, 안상태 등 개그맨이었어요. 개그 극단인 줄 모르고 갔다가 합격 후 자연스레 개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서금천은 어릴 때부터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말장난으로 하는 개그를 좋아해 대학교 연극영화과 실기시험 때는 “실례합니다. 실례, 실례, 실례~”를 외치며 실내화를 들고 들어가 합격했다. 스무 살 때부터 개그 극단에서 활동하며 백승훈을 만나 함께 활동했다. 2009년 서금천과 백승훈의 개그 공연을 본 웃찾사 감독의 제안으로 이들은 2010년부터 웃찾사에서 활동하게 됐다.
이들은 꾸준히 방송과 극단을 오가며 활동해오다 3~4년의 공백기를 맞았다.
백승훈은 2012년 12월 31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무대에 설 수 없었다. 편찮은 아버지를 위해 신장이식 수술을 하고 1년여 회복하는 시간을 보내며 개그계에 다시 발을 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극단에서 함께했던 멤버들은 방송에서 인기를 얻고 승승장구하고 있었어요. 굳이 저와 아이디어 회의를 할 필요가 없었죠. 스무 살 때처럼 열정만으로 도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들이 많았어요.”
개그에 대한 간절함과 열망
임준빈과 서금천도 개인 사정으로 공백기를 보내며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게 됐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일을 하며 개그에 대한 간절함과 열망이 더 커졌다. 그래서 이들에게 부장아재 코너는 더 절실하고 의미가 있었다. 이들이 부장아재 코너를 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만류가 있었다.
“현재 인기 있는 개그맨과 합류하지 왜 공백기를 가졌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냐고요. 오히려 개그에 목말라했던 셋이 모여 개그에 대한 절실함을 공감할 수 있어 좋았죠. 불편한 사람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한 번 걸러서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어떤 아이디어든 편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좋았어요.”
부장아재는 방송 후 각종 SNS에 공유되고 수백 여 개의 댓글이 달린다.
“구구단 아이디어 혹은 아재개그 아이디어를 올려주시기도 하고 ㅋㅋㅋ를 20줄 이상씩 쌓는 분도 많고요(웃음). ‘노잼’ 혹은 ‘아저씨들은 웃겠는데 재미없다’는 댓글을 볼 땐 이분들도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하게 돼요.”(임준빈)
“공연장에 아버지와 몸이 많이 아픈 딸이 함께 온 적이 있어요. 아버지로부터 딸이 아픈 후로 잘 웃지 않았는데 공연을 보며 웃는 모습을 보고 행복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이 되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죠.”(백승훈)
이들은 아재개그 하면 부장아재를 떠올릴 수 있도록 폭발력 있는 코너로 이끌고 싶다고 한다.
“개그 구성에 주안점을 두는 건 세 사람 각자의 캐릭터를 살린 개그를 하는 거예요. 누구 한 사람만 돋보이도록 옆에서 받쳐주는 개그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서금천)
“사람들이 부장아재에 나오는 개그를 따라하고 패러디하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돼요. 많은 분들이 구구단 아재개그가 재밌다고 칭찬해주시는데 다른 소재를 넣어도 재미있는 개그를 하고 싶어요. 구구단보다 더 재미있는 핵 폭탄급 개그 소재를 구성하고 있어요(웃음). 언젠가 멤버들과 함께 국민 MC가 되는 날을 꿈꿔봅니다.” (임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