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기초생활수급자란?]

6·25 참전 ‘전상(戰傷) 용사’인 서정열(90)씨는 전쟁 중 다른 사람과 이름이 바뀌었다. 1950년 경북 영덕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후송됐을 때 정신을 차려보니 병적기록표에 ‘김칠석’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4년 뒤 전역한 그는 어쩔 수 없이 ‘김칠석’으로 살았다. 1969년 본명을 되찾았지만, 병적기록부는 바뀌지 않았다. 머리와 배, 손에 총상을 입었지만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었다. 서씨의 병적이 회복된 건 60여년 만인 2014년이 돼서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국가유공자가 되고 나니 과거 기초생활수급자 시절보다 생활 지원금이 줄어든 것이다.

"6·25 참전을 하셨던 서정열 어르신이 계십니다. 원래 기초생활수급자로 67만원을 받으셨는데,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뒤 51만원을 받습니다. 뭔가 잘못된 거 아닐까요?"(새누리당 지상욱 의원)
"예, 그것은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서씨의 처우에 대한 성토가 있었다. 서씨가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며 받게 된 51만원이 ‘급여소득’으로 분류되면서 기초생활수급 생계비가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국가를 위한 공로를 60년 만에 인정받았지만, 생계가 오히려 곤란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는 생활조정수당 등의 명목으로 서씨에게 5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서씨는 “지원해 주는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의 푸념이라고 흘려듣지 않고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제도적 개선 없이 서씨 한 사람만 처우를 개선하는 대책은 미봉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씨처럼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국가유공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최근 국가유공자에 선정돼 6개월치 보상금 300만원을 받았는데, 동시에 주민센터로부터 그동안 받은 기초생활수급비 320여만원을 환급해야 한다는 ‘폭탄 명세서’를 받았다. 세 손녀와 함께 기초생활수급금 85만원으로 살아오던 B씨도 최근 유공자 지정 대상이 됐지만 기초 생계비를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세 손녀와의 ‘세대 분리’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지상욱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처럼 국가유공자이면서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낮은 대우를 받는 전·공상(戰公傷·전쟁이나 공무수행 중 부상을 당한) 군경(軍警)은 505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이등급 ‘7급’으로, 매달 39만7000원(수당 제외)을 받는다. 기초생활수급자가 한 달에 받는 생계비 47만원(1인 가구 기준)보다 8만원가량 적다.

이처럼 소득 역전 현상이 생기는 것은 현행 복지 체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유공자가 받는 보상금을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해 받는 ‘보상’이 아닌, 일종의 복지 혜택으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보상금이 소득으로 분류돼 어려운 처지임에도 기초생활 생계비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예외를 인정해주면 복지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게 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국가유공자를 국가의 예우를 받아야 할 특별한 사람이 아닌 ‘장애인’의 한 분류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절대 체계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500여명의 전·공상 군경뿐만 아니라 국가유공자 전체에게도 이에 걸맞은 예우를 해줘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전체 보훈 대상자 68만9000여명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1만8240명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보상금을 받기 때문에 생계비를 받지 못한다. 지상욱 의원은 “봉사하고 희생한 분들에게 합당한 예우와 혜택을 줄 때, 그분들이 나라를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지금 우리나라는 ‘조국’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