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영국 국민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 대회에서 영국은 금메달을 1개(은 8, 동 6개) 따는 데 그치며 금메달 기준 국가 순위가 36위에 머물렀다. 더구나 일부 대표 선수들이 금전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애틀랜타 길거리에 나와 선수단 유니폼을 판매했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20년이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에선 영국 돌풍이 불고 있다. 영국은 17일(한국 시각) 오후 11시30분 현재 금 19, 은 19, 동 12개를 따내 미국(금 28, 은 28, 동 28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영국은 애틀랜타올림픽 다음해에 'UK스포츠'란 기관을 설립해 국가 복권 사업으로 생긴 막대한 자금을 엘리트 체육 육성에 투입하는 '로터리(lottery·복권)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과 사이클, 요트, 조정 등 잠재력이 큰 일부 전략 종목이 이 프로젝트의 혜택을 입었다. UK스포츠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리우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스포츠 종목에 지원하는 비용만 3억5000만파운드(약 5000억원)에 달한다.
영국 가디언지는 16일 "영국 대표팀이 리우에서 획득한 메달을 투자 비용에 대비해 계산하면 한 개당 평균 550만파운드(약 80억원)가 들었다"고 분석했다.
일본도 동면을 끝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은 금 7, 은 4, 동 18개로 종합 10위에 올라 있다. 메달 개수(29개)로만 따지면 출전국 중 다섯 번째다. 종목도 기초 종목인 수영을 포함해 카누와 테니스 등 8개에 달한다. 베이징과 런던 종합 순위에서 한국에 밀렸던 일본은 리우에선 한국(총 14개·금 6, 은 3, 동 5개)에 앞서 있다.
일본은 생활 체육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나라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자 위기의식을 느꼈다. 2007년 한국의 태릉선수촌과 같은 내셔널트레이닝센터를 준공해 '한국식 집중 훈련'을 도입했다. 2010년 초에는 문부과학성이 '스포츠 입국 전략'을 발표하면서 정부 차원의 엘리트 체육 강화를 선언했고, 2013년 9월 2020 하계올림픽 도쿄 유치로 추진력을 얻었다. 작년 10월에는 아베 신조 총리의 지시에 따라 국가 체육정책을 총괄하는 스포츠청(廳)을 창설해 국가 중심의 엘리트 체육 육성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다이아몬드 애슬레틱'이라는 프로젝트로 육상 유망주들을 지원하는 등 기초 종목에 대해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점이 돋보인다.
이런 국가 주도의 엘리트 체육 육성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영국 러프버러대의 보르하 가르시아 교수는 BBC 인터뷰를 통해 "영국이 메달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만 돈을 퍼붓는다면 사회적 잠재력이 있는 풀뿌리 스포츠는 발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신설된 스포츠청이 2020 도쿄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금메달청'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입력 2016.08.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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