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까지 털이 나 있는 괭이갈매기의 한 종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국립생태원은 최초 발견이어서 일단 뿔제비갈매기로 부르기로 했다. 뿔제비갈매기의 영문 명칭(Chinese Crested Tern)과 학명(Thalasseus bernsteini)은 있지만, 국내에선 한번도 발견된 적 없어 공식 국문 명칭도 없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올해 ‘무인도서 자연환경조사’를 하다 지난 4월 어미새 5마리가 전남지역의 한 무인도에서 사는 뿔제비갈매기를 국내 최초로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뿔제비갈매기 어미새 5마리를 확인했고, 그 중 두 쌍이 산란하는 것을 포착했다. 한 쌍은 알을 품는 과정중 부화에 실패했고, 다른 한 쌍만이 번식에 성공해 어린새 1마리를 키운 후 함께 번식지를 벗어난 것을 확인했다.

뿔제비갈매기는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100마리 미만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뿔제비갈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간하는 적색목록(Red List)에 위급종(CR·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된다. 위급종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 9개 범주(절멸·야생절멸·위급·위기·취약·준위협·관심대상·정보부족·미평가) 중 야생에서 절멸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간주되는 종을 말한다.

국립생태원은 문화재청 등 관련기관에 요청해 다른 조사자와 탐방객 출입을 제한하고 2개월간 번식과정을 관찰했다.

뿔제비갈매기의 생태에 관한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 1930년대 중국, 대만, 필리핀 등에 채집된 소수의 표본을 근거로 중국 동쪽 해안에서 번식하고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월동한다는 정보만 있다. 63년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됐다가 2000년 중국 푸젠성의 마츠섬에서 4쌍이 다시 발견됐다.

현재 뿔제비갈매기는 중국 저장성의 지안섬, 우즈산섬, 푸젠성의 마츠섬 등 단 3곳에만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는 “국내에서 뿔제비갈매기가 발견되고 번식에도 성공한 것이 확인되면서 세계 4번째 번식지로 기록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최종원 환경부 자연정책과장은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지로 확인된 무인도를 특정도서(島嶼)로 지정, 번식지를 보호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을 검토하는 등 보호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