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전성시대'는 진행중
대한민국은 웹툰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유행을 넘어 대중화된 웹툰의 인기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6주 장기 프로젝트로 출연진과 웹툰 작가가 함께 릴레이 만화를 제작해 연재하는 특집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미생'의 윤태호, '신과 함께'의 주호민, '전자오락 수호대'의 가스파드 등 인기 작가들의 웹툰 기획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특집이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최미영 팀장은 "콘텐트 자체는 물론이고, 작품의 생산 과정이나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처음 시작된 포털 기반의 웹툰 서비스는 개인 PC를 통해 연재중인 웹툰을 대부분 무료로 볼 수 있었다. 만화를 보기 위해 직접 만화책을 사거나 만화방에서 빌리는 수고와 비용을 덜게 된 것이다.
그 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웹툰은 날개를 달았고, 더욱 대중화되는 계기가 됐다. 만화를 보기 위해 컴퓨터를 켤 필요가 없어졌으며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종규 교수(청강산업대학교 만화창작과)는 "웹툰은 스마트폰에서 최적화된 콘텐츠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동 중이라도 2~3분 내에 웹툰 한편을 볼 수 있다. 기존의 만화책, PC보다 모바일 웹툰이 훨씬 보기가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많은 웹툰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는 인기 웹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중에서 단순히 재미만을 주는 만화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있음 직한 기획으로 독자들을 위로하고 공감을 하게 하는 웹툰들의 인기가 돋보인다.
[[조선 Video] 진격의 만화 열풍, '웹툰' 전성시대]
재미 넘어 위로와 공감을
대기업 직장인 희로애락 그린 웹툰'가우스전자'
대기업 가우스전자 마케팅3부의 일상을 통해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그려낸 이 웹툰은 '직장인의 만화'로 불리며 절찬리 연재 중이다. 지난 3월 시작한 시즌3도 100회를 앞두고 있다. 1997년 데뷔 이래 출근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는 곽씨는 "모든 아이디어를 신문에서 캐낸다"고 했다. "경기도 일산 작업실에서 매일 3~4시간씩 경제지면을 훑어요. 브렉시트, 업무 시간 외 카톡 금지 등 써먹을 소재가 많죠." 경영·경제 서적 보는 게 취미라고 했다.
"키를 잡고 있으면 멀미하지 않는다" "우리 인생이 저글링하는 여러 공 중에서 업무는 고무공이지만, 가족·건강·친구는 유리공이다" 같은 각종 어록을 생산해 온 웹툰은 시즌3부터 새 캐릭터를 여럿 배치했다. "왜 홍보부에 지원했느냐"고 묻는 면접관에게 "대외 업무가 많아 이직 시 유리할 것 같아서"라고 직설하는 신입사원 '사이다', 간신 같은 이사진과 상반되는 외국인 간부 '맥도날드' 등이다. 직장인의 심정적 동맥경화를 해소하려는 의도다. "생존과 존재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하고 싶었어요. 그냥 회사 잘 다니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일하는지에 대한 고민요." 만화는 매회 평점 9.9점을 웃돌고 있다. ▶ 기사 더보기
['백수'가 그린 직장만화, 김대리 심정을 어쩜 그리 잘 알까]
신입사원·계약직 설움… 공감대로 돌풍 일으킨 '미생(未生)'
2014년 10월, 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웹툰 '미생'이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인터넷엔 '미생 어록'이 뜨고, "내 얘기 같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바둑 선수를 지망하던 고졸 출신 주인공이 프로 입단 실패 후 종합무역상사에 들어가 겪는 우여곡절을 담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안 그래도 베스트셀러였던 원작 만화 역시 10월 들어 하루 2000세트 이상 판매됐고,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넘겨 그해 첫 밀리언셀러가 됐다.
윤태호 작가는 '미생'의 인기 비결에 대해 "직장인들의 실용서로 여겨지는 부분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생'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아니라 직장인의 삶에 대한 목격담을 풀어놓으려 한 것이었다."며, "직장에 다녀본 적도 없고 대학 입시에도 실패한 처지에서 뭔가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고 믿었다. 창작하는 사람이 가끔 빠지는 오류 중 하나는 누군가에게 자꾸 뭘 가르치려 하는 것이다." 라고 했다.
[그림만 화려한 만화는 결국 未生... 스토리까지 좋아야 完生]
[[삼시세평(三視世評)] 가슴이 저린다... 또 한번 펼쳐진 현실에]
아이 키우는 잔잔한 일상… 작가는 물론 일반인도 연재하는 육아툰'집으로 출근', '그림에다', '딸바보가 그렸어'
아이를 키우는 잔잔한 일상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인터넷 만화가 '육아툰(육아+웹툰)'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육아는 대중문화의 주요 소재이지만, 그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엄마들이 가장 열렬히 공감하는 장르다. 구질구질한 일상도 위트를 섞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누구나 겪는 소소한 순간을 결정적 장면으로 포착해낸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일상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리는 '생활툰' 콘텐츠가 다양화되면서 한 갈래로 '육아툰'이 본격 등장했다"고 말했다. 전문 작가의 작품 중에는 싱글맘의 육아를 다룬 '일상날개짓'(작가 나유진), 두 아들의 엄마가 그리는 '나는 엄마다'(순두부), 좌충우돌 3남1녀의 일상을 담은 '패밀리 사이즈'(남지은·김인호) 등이 몇 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평범한 엄마·아빠들이 SNS에 육아 경험담을 그림으로 연재해 스타가 되기도 한다. 회사원 김진형씨는 딸이 네 살이던 2014년부터 '딸바보가 그렸어'라는 육아툰을 그려왔다. 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 온라인 구독자 50만명, 주 1회 새 그림을 올릴 때마다 조회 수가 총 300만 건에 이른다. 맞벌이 부부의 애환, 아이를 돌보며 느끼는 아쉬움과 갈등까지 섬세하게 담아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 기사 더보기
26세 남자의 위암(胃癌) 투병기 그린 '아만자'
김보통(필명) 작가의 웹툰 '아만자'는 스물여섯 살 난 평범한 남성이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죽을 때까지의 투병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2013년부터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연재되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5년 5월 일본에서, 그해 하반기 중에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과 나란히 미국 허핑턴포스트 홈페이지에서 연재됐다. 미국의 호스피스센터에서 "교재로 쓰고 싶다"는 요청도 들어왔다.
제목 '아만자'는 암 환자를 소리 나는 대로 쓴 것. 포털 사이트에서 암 환자라는 단어를 잘못 들은 네티즌이 "'아만자'가 뭐예요"라고 한 질문이 인상 깊어서 가져온 것이다. "'아만자'가 뭐냐고 진지하게 묻는 게 암 환자 입장에선 왠지 슬프면서도 웃기잖아요." 작가의 아버지는 4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8년간 아버지를 간병했던 경험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주인공도 아버지 나이로 하려다가 26세로 바꿨다. "아버지 나이는 몰라도 스물여섯은 겪어봤으니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죠." ▶ 기사 더보기
저승과 이승 이야기에 유머와 휴머니즘을 담았다 '신과 함께'
한국 민속 신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한국의 민속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재치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전통적인 스토리도 충분히 현대적 배경에 녹여 넣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만화를 통해, 우리 무속신앙에 등장하는 저승사자, 강림도령, 조왕신, 성주신 등을 젊은 층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연재 당시 네이버 웹툰 조회수 전체 1위에 빛나는 최고 인기작이었다. 또한 단행본 출간 후에는 29만 권이라는 판매 기록과 함께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만화 대상 대통령상 등 각종 만화상을 석권하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신과 함께'는 공연, 영화, 드라마 판권 계약까지 마쳤다.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의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신과 함께는 저승과 이승의 이야기로 인간 세상을 풍자하는데 주력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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