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이 북한 고위급 인사와 면담한 것은 2013년 당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방중 이후 3년 만이다.

[중국, 북한에 화 많이 나있지만 손 잡아주는 이유는…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누구?]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일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전날인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는 우리 당이 시종일관 견지해온 사회주의 건설의 총 노선, 자주 노선, 선군혁명 노선, 주체적 통일 노선, 새로운 병진 노선은 추호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리수용이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새로운 병진 노선'이라고 표현한 점이다. 그는 전날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회담했을 때는 "김정은 동지가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해나갈 노동당의 원칙적 입장을 천명하신 데 대해 강조했다"고 말했었다. 쑹타오에게 핵·경제 병진 노선을 장황하게 떠벌렸던 리수용이 시 주석 앞에서는 '핵'자를 쏙 빼고 '새로운 병진 노선'이라고만 언급하고 넘어간 셈이다.

시 주석도 3년 전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방중했을 때와 달리 리수용에게는 '비핵화(非核化)'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북·중 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핵'자를, 중국은 '비핵화'란 말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선에서 이 문제를 우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작년 10월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했을 때도 김정은은 '핵'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으며 관계 개선을 시도했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중국이 대북 정책을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 측이 '시 주석을 만나서도 쑹타오 앞에서 했던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사전 조율을 요구했을 것"이라며 "중국 측으로서는 북한 대표단과 만나는 것이 북한의 핵 노선을 승인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시 주석과 리수용의 면담 일정이 오후 4시가 넘은 시각에 잡힌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이 발언 내용을 사전 협의하는 과정에서 줄다리기를 하느라 면담 일정이 늦춰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대표단은 1일 다른 일정 없이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계속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