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투표에 쓰이는 도장은 왜 점 복(卜)자일까. 당초 ‘’모양이던 표식이 오늘날 ‘卜’자로 바뀐데는 다양한 의미가 에피소드가 숨어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는 70년이 안된다. 이 사이에 우리나라 기표용구는 많은 변동을 겪어왔다.
1948~1980년까지는 기표용구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 모양의 다양한 기구가 투표에 사용됐다.
대나무, 탄피 등도 기표용구로 사용됐고, 1970년 이후에야 플라스틱 모양의 기표용구가 나왔다. 지역에 따라서는 볼펜의 동그란 부분을 인주에 찍어 기표를 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동일한 투표용구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5년부터다. 당시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속이 뚫린 원기둥 모양의 투표용구를 인주에 찍어 표시했다.
하지만 투표를 한 후 곧바로 반으로 접으면 잉크가 다른 곳에 묻어 무효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문제가 됐다.
1992년 14대 대선때는 도장 모양의 기표용구가 도입됐다. 또 무효표를 막기 위해 동그라미 안에 사람 인(人) 모양을 넣었다.
하지만 'ㅅ'이 당시 후보로 나섰던 김영삼 후보 이름의 삼자를 의미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점 복(卜)자 모양의 기표용구가 등장한 것은 1994년이다.
2005년에는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는 '만년기표봉'이라고 불리는 만년도장식 기표용구가 도입됐다. 인주를 찍지 않고 바로 기표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휘발성이 커 곧바로 접어도 잉크가 잘 묻어나지 않는데다 묻어난다고 해도 뒤집힌 점복자로 식별이 가능해 무효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주가 없어 당황한 유권자가 시험삼아 투표용지의 다른 곳에 찍어보다 무효표를 만드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