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4월 6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총 1570건이다. 하루 평균 12건 정도 여론조사가 나온 셈이다. 하지만 같은 날 같은 지역 조사도 서로 엇갈리는 등 선거 판세 파악에 오히려 혼란을 주고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집 전화를 사용하는 유권자가 줄어들고,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거주지 정보는 여론조사 회사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 전화 조사에선 상대 후보를 앞서지 못한 후보가 휴대전화를 일부 반영한 조사에선 역전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방법에 따라 조사 결과 달라

지난 5~6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서울 영등포을 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35.2%)가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후보(25.1%)를 오차범위(±4.3%포인트) 밖인 10.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인 5~6일 실시한 YTN·엠브레인 조사에선 반대로 더민주 신 후보(36.4%)가 새누리당 권 후보(33.2%)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경기 고양갑의 경우엔 지난 2~5일 SBS·TNS 조사에서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42.2%)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36.4%)의 차이가 5.8%포인트였다. 하지만 5~6일 YTN·엠브레인 조사에선 심 후보(43.7%)가 손 후보를 9.4%포인트 차이로 뚜렷하게 앞섰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공동선대위원장 회의에서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 원유철·김무성·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 이군현 공동총괄본부장, 이운룡 종합상황실장.

여론조사 결과가 일정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서울 종로의 경우 3월 20일 이후 지금까지 각 언론에서 12번 조사를 실시했는데 10번의 집 전화 조사에선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더민주 정세균 후보를 앞섰다. 휴대전화를 포함해 조사한 5~6일 엠브레인 조사에서 정 후보(44.8%)가 오 후보(42.2%)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역전했다. 서울 용산, 구로갑, 영등포을 등 여당과 야당 후보의 우세가 엇갈리는 지역도 집 전화 조사와 휴대전화를 포함한 조사의 차이로 인해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디어리서치와 TNS, 코리아리서치 등 다수의 조사 회사는 총선 조사에서 집 전화만 사용한다. 휴대전화의 경우 전화번호부가 없어서 253개 지역구별로 거주자를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각 정당이 공천 과정에서 사용했던 휴대전화 안심번호는 법적으로 정당에서만 쓸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지금…]

그러나 집 전화가 없는 가구가 40%에 달하고 특히 이들 중엔 상대적으로 야당 지지층이 많은 20~40대 가구가 많아서 야당 성향 유권자의 표심(票心)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튀는' 휴대전화 패널 조사, 맞을까

이런 문제를 줄여보기 위해 엠브레인 등 일부 조사회사에선 자체 모집한 패널의 휴대전화 번호를 지역별로 20~30%가량 섞어서 쓴다. 패널(panel)이란 여론조사를 하기 위해 고정적으로 구성한 조사 대상자 집단을 말한다. 현행법으로는 휴대전화 가입자를 여론조사에 포함하기 어렵기 때문에 휴대전화 번호를 자발적으로 제공한 집단을 구성해서 이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방식이다. 엠브레인 이병일 상무는 "젊은 층의 경우는 집 전화로는 응답자를 찾는 게 매우 어려워서 신뢰성 있는 조사 결과를 얻기 어렵다"며 "휴대전화도 포함해야 전체 유권자의 표심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미디어리서치 이양훈 수석 부장은 "집 전화 조사에서도 조사원을 대규모로 투입해 최대한 젊은 층을 찾았고 최종적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연령별 인구와 비례하도록 표본을 구성했다"며 "선거구별로 정치 성향이 다른 소지역을 세분화해서 조사하는 등 집 전화 조사도 원칙을 지킬 경우 정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는 "현재로선 어느 쪽이 더 정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석호 교수는 "휴대전화를 활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가입한 패널 응답자를 활용하는 것은 특정 정치 성향의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조사에 많이 포함될 위험성이 있다"며 "갈수록 집 전화 보유 가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집 전화로만 조사하는 것도 단점이 있다"고 했다. 서울대 한규섭 교수는 "실제 민심은 여권 또는 야권이 유리한 여론조사의 중간쯤 있을 것 같다"며 "정당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언론사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유권자들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