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강국' 일본은 어떤 나라?]

일본 개그맨 마타요시 나오키(又吉直樹·36·사진)는 부스스한 장발이다. 표정도 말도 어수룩하다. '바보 초식남' 캐릭터다. 그런 그가 작년 2월 '분가쿠카이(文學界)'라는 문학잡지에 첫 소설을 발표했다. 분가쿠카이는 1933년에 창간된 일본 5대 문예지 중 하나다. 그때만 해도 이 소설이 얼마나 히트할지 정확하게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초의 며칠간은 개그맨이 순수문학 작품을 썼다는 게 화제가 됐다. 제목은 '불꽃(火花)'이고, 주인공은 자기처럼 개그맨이다. 녹화를 마친 뒤 새벽까지 자는 시간을 쪼개서 석달 걸려 썼다고 했다. 마타요시의 소설이 실렸다는 기사가 난 뒤, 분가쿠카이 2월호가 사흘 만에 다 팔렸다. 1933년 창간 이래 처음으로 재판을 찍었다.

그 뒤론 순전히 책 자체의 힘이었다. 3월에 단행본이 나오고 7월에 아쿠타가와(芥川)상을 타고 8월에 100만부를 넘겼다. 연말 전에 200만부도 돌파했다. 남을 웃겨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우습고 찡한 인생사가 독자와 평단을 다 같이 만족시켰다. 마이니치·아사히·요미우리신문이 2015년 문화계를 흔든 사건으로 마타요시 신드롬을 꼽았다.

바쁜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소설가가 될 필력과 내공을 언제 어떻게 쌓았을까. 마타요시를 키운 건 '읽기 힘'이라는 게 일본 언론과 평단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는 오사카 서민 동네에서 태어나 2003년 2인조 만담 콤비로 데뷔했다. 8년 만에 떴을 때, 연예인 자택을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마타요시를 섭외했다. 마타요시는 "최근까지 살던 집인데 아직 짐을 다 못 옮겼다"면서 공동주택 기다란 복도를 지나 6조 다다미(9.9㎡·3평) 단칸방의 열쇠를 땄다. 뚱뚱한 사람은 누우면 꽉 차겠다 싶은 방인데, 사방 벽에 머리 높이 너머까지 손때 묻은 문고판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마타요시가 "2000권 정도"라고 했다.

그는 중학교 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을 시작으로 책에 빠졌다. 대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도 자기 자신을 향해 얘기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축구선수로 뛰면서도 연습이 끝나면 책을 읽었다. 무명 개그맨으로 고생하면서도 짬날 때마다 고서점이 몰려 있는 도쿄 진보초에 드나들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동네 헌책방을 돌다가 제일 싼 집에서 구입했다.

마타요시는 자기만 읽고 마는 게 아니라 남에게도 읽는 즐거움을 전파하는 데 열심이다. 작년 10월 마타요시는 고치현 시골 마을회관에서 강연을 했다. 400명 정원에 600명이 몰려 200명은 옆방에서 모니터로 들었다. 그는 아쿠타가와상을 타면서 "누구나 100권만 읽으면 무조건 책을 좋아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