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지금 집을 사야 할까요? 아니면 전세를 찾아봐야 할까요?" 요즘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물음이다. 최근 들어 대출규제 강화, 과잉 공급 논란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여기에 대해 나름의 답을 명확하게 제시한 전문가가 있다. 바로 미국의 경제 예측 기관인 덴트연구소의 창업자인 해리 덴트다. 그는 인구 구조로 볼 때 일본을 22년 후행하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으로 부동산을 지목했다. 각국의 인구 구조와 경제 흐름을 분석한 결과 베이비붐, 즉 최다 출생 인구를 기록한 해를 기점으로 47년 뒤에 소비가 정점에 도달하고, 부동산 시장은 그보다 5년가량 앞서 고점을 찍은 후 꺾이기 시작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102만여명이 태어나 출생 인구가 가장 많았던 1971년으로부터 42년 뒤인 2013년에 정점을 기록했고, 5년 뒤인 2018년 이후에는 소비도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리 덴트는 '2018 인구절벽이 온다'(청림출판)에서 인구 구조를 미래 예측의 중요한 장기 선행지표라고 설명한다. 인생 소비 주기를 살펴보자. 10대에는 학교에 다니고, 20대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30대에는 가정을 꾸리고 처음 집을 마련(또는 임대)하고 아이를 낳는다. 40대에는 아이가 커가면서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 50대에는 차(車)를 바꾸고, 50대 후반부터는 자녀 결혼자금이나 여행 등에 소비한다. 60대에는 의료비나 의약품 등에 지출이 많고, 70대부터는 요양원 등에 소비 지출이 발생한다. 모두가 꼭 같지는 않겠지만, 목돈이 들어가는 것들 위주로 인생 소비 주기를 묘사한다면 그렇다. 지출 규모 그래프를 그려보면 10대부터 점진적으로 상승하다가 40대 중·후반에 정점을 찍고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린다. 만약 특정 연령대가 많다면 어떨까. 30~40대가 많은 사회는 소비가 활발하고 경제에 생기가 돌 것이고, 60대 이후 연령대가 많다면 소비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2000년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2%에 달해 이미 고령화 사회다. 2018년에는 노인 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올 우리의 미래가 해리 덴트의 전망과 같으리란 보장은 없겠지만 '집을 사야할지'를 문의하는 분들께 한 번쯤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