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지카 바이러스 감염 국내 첫 발생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가피했고, 예상했던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 지카 바이러스는 아직 전모를 밝히지 못했고 예방 백신이 없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 증상이 약하거나 없고 치명률도 낮아 예방 수칙만 잘 따르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은 해외 교역·관광 규모로 보아 유입 환자는 더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 확산하거나 토착화할 가능성은 낮게 전망했다. 지카 바이러스의 궁금증을 전문가들이 풀이했다.
―국내 첫 환자에 의한 2차 전파 가능성은?
"귀국 후 헌혈을 하지 않아 혈액을 통한 감염 가능성은 없다. (성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감염 환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본인 동의를 얻어 역학조사를 벌일 예정이다.(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
―모기가 감염 환자를 문 뒤 다른 사람을 물어 사람(환자)→모기→사람 순으로 전파될 가능성은?
"모기는 바이러스를 선택적으로 흡수해 감염시킨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 대표적인 두 매개 모기가 옮기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흰줄숲모기는 국내 서식하지만 이집트숲모기보다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흰줄숲모기는 도심 공원이나 소규모 숲 등에 서식하며 국내 서식 모기의 2~3% 수준이다). 흰줄숲모기가 감염자를 문 뒤 다른 이에게 전파한다는 가설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고 그런 보고도 없다. 국내 서식하는 다른 일반 모기는 지카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없다.(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한 까닭은?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여름철 극성기를 맞아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했기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 유충 상태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즉, 모기 입장에서 바이러스가 유전되지 않는다. 국내 흰줄숲모기도 5~10월 성충으로 활동하며 특히 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정은경 질병본부 긴급상황센터장)"
―국내 확산 가능성은 없나?
"해외 환자 유입 가능성은 높다. 무증상인 환자가 80%인 데다 잠복기(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2~14일)에 입국할 경우 검역으로 차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기에 의한 확산 및 토착화 가능성은 낮다. 뎅기열의 경우도 매년 200여 건이 유입되는데도 국내 토착화는 되지 않았다. 국내 매개 모기 감시 결과 흰줄숲모기들에게서 지카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지영미 질병본부 면역병리센터장)"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나?
"신생아 소두증(머리 둘레 32㎝ 이하)은 임신 중 폐렴 바이러스 감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국내 신생아 환자는 매년 70명(신생아 1만명당 1.5명)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카 바이러스와 신생아 소두증 간 연관 관계가 강하게 의심돼 임신부는 발생 국가 여행을 연기할 것을 권고한다.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대개 4주에 한 번 정도로 초음파검사를 자주 하는 편이어서 이 주기를 당길 계획은 없다.(권자영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박영준 질병본부 연구관)"
―첫 유입 환자 발생으로 위기 단계를 강화하나?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치명률과 전파 가능성이 낮아 '주의'로 격상하지 않고 '관심' 단계를 유지한다. 지카 바이러스는 혈액 내 1주일간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과학적 근거를 바꿀 새로운 연구 결과가 없는 한 개인 수칙(귀국 후 한 달간 헌혈 금지, 발생 국가를 여행했을 경우 가임 여성은 귀국 후 최소 2개월 임신 연기, 남성은 임신한 파트너와 성관계 자제 또는 콘돔 사용, 임신 상태가 아닌 파트너에겐 최소 2개월 성관계 자제 또는 콘돔 사용)도 유지할 것이다.(정기석 본부장)"
―지카 바이러스 예방과 대처법은?
"예방 백신이 없어 안 물리는 게 최상책이다. 방충망·모기장·냉방을 갖춘 숙소 투숙, 밝은색 긴팔·긴바지 착용,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은 모기 기피제·살충제 사용이 필수다. 발생 국가를 다녀온 여행·출장객이 입국 때 발열 증상이 있으면 검역관에게 반드시 신고하고, 귀국 후 2주 내 의심 증상, 즉 발열(37.5도 이상) 또는 발진 외에 결막염(안구 충혈)·관절통·근육통·두통이 하나 이상 동반한 경우 전화 109(질병관리본부 콜센터) 신고 후 지침에 따라 가까운 병·의원을 방문해야 한다.(정기석 본부장)"
―'잠복기가 2년'이라는 등 SNS 괴담이 돌았다.
"잠복기는 최장 14일이다. 타액(키스)·수유를 통해 전파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보고도, 근거도 없다. WHO 역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부에 대해서도 수유를 권고하고 있다. (정은경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