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재개발 지구 지정 이후 10년 동안 방치돼온 서울 용산 4구역에 최고 43층 높이의 주상복합·업무시설 8개 동과 광화문광장 크기의 시민공원(1만7615㎡)이 들어선다. 용산 4구역 개발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중단된 용산 재개발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작년 말 재개발조합 측과 용산 4구역(5만3066㎡)을 시민공원과 고층 아파트 단지 등으로 개발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했으며, 올 하반기에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서울시는 다음 달 초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용산 4구역 재개발 계획을 안건으로 올리고, 이 안건이 통과되면 9월쯤 착공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완공 시점은 2019년 말이나 2020년 초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14년 9월부터 작년 말까지 1년 4개월 동안 재개발조합 측과 용산 4구역 재개발 계획을 협의해왔다. 총사업비는 2조원이며, 시공사로는 효성건설이 선정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용산 4구역에는 폭 65m, 길이 271m의 시민공원 '용산파크웨이'가 들어선다. 공원 서남쪽 옆으로는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고층 아파트 단지와 업무 시설 등이 들어선다.
용산은 지난 2006년부터 용산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등 51만8692㎡ 부지에 총투자비 31조원을 들여 수십개의 초고층빌딩을 짓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을 비롯한 여러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사업에 진척을 보지 못했고, 2013년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부도를 내면서 사업 자체가 사실상 중단됐다.
용산 4구역은 한강대로를 사이에 두고 용산역을 마주 보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한강과 가깝다. 2009년 1월에는 불법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용산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용산 4구역은 독일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 뉴욕 배터리 파크(Battery park)처럼 고층 건물이 즐비한 구역 한가운데에 시민공원을 만드는 방식으로 재개발된다. 이곳 주변은 국제빌딩, 용산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 시티파크 등 수십층짜리 고층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또 한강대로를 건너 북서쪽으로 용산역이 자리 잡고 있다.
◇빌딩 숲 속 시민공원
서울시는 용산 4구역에 1만7615㎡ 크기의 시민공원 '용산파크웨이'를 만들 계획이다. 광화문광장(1만8840㎡)과 비슷하고 시청 앞 서울광장(1만3207㎡)보다 큰 규모이다. 용산파크웨이는 만남의 광장, 소규모 공연장, 커뮤니티 공간, 정원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공원에 의자 1000개를 준비해 공원을 찾은 시민이 빌려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또 용산역을 출발해 용산역 광장, 미디어 광장, 용산파크웨이, 용산프롬나드를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어지는 1.4㎞ 길이의 보행 공간도 만든다. 미디어 광장은 용산역 광장 바로 앞에 있는 폭 85m, 길이 90m 구역으로 올 하반기에 착공한다. 용산프롬나드는 용산 4구역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잇는 657m짜리 보행로로 지난 2010년에 완공됐다. 서울시는 "예정대로 2017년 미8군이 평택으로 철수하고 그 부지가 용산공원으로 바뀌면 용산파크웨이에서 용산공원으로 가는 보행로도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최고 43층 주상복합·업무시설 신축
용산파크웨이 옆으로는 지상 31~43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5개 동(A~E동)이 들어선다. 1122가구가 들어가는 대단지이다. 이 중 681가구가 일반에게 분양될 예정이다. 가장 낮은 31층짜리 E동 4~15층엔 임대주택 134가구가 배치된다. 아파트 1~2층에는 입주자와 공원을 찾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상점이 입점하게 된다. 이 외에 34층 상업용 빌딩과 공공시설(4층), 종교시설(4층) 등도 각각 1동씩 들어선다. 서울시는 용산 참사가 일어난 옛 남일당 건물 부지에는 표석을 세우기로 했다.
서울시와 재개발조합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용산 4구역 재개발을 위한 협의를 벌여 왔다.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조합 측이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했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여 개발 계획 수립과 설계 등을 지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작년 초 "공공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용산 4구역 개발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최규동 용산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장은 "그동안 재개발 사업비로 2000억원을 대출받고, 매달 이자를 12억원씩 내며 경제적으로 힘들었다"며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주민들도 만족해하고 있다"고 했다.
◇주변 개발 사업도 탄력 받을 듯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용산 4구역을 포함한 용산역 일대는 2006년 재개발 지구로 지정되면서 땅값이 폭등했고 사업 추진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후엔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서울시는 용산 4구역 재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 용산 개발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일대에는 이미 소규모 지역 단위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용산역 맞은편에는 지상 40층 2개 동의 래미안용산이 이미 절반 이상 공사가 진행돼 내년 5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바로 옆으로는 주상복합 용산푸르지오써밋이 공사 중이고, 국제빌딩 주변에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신사옥(지상 22층)도 건설되고 있다. 서울시는 "서부이촌동 등 주변 지역 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