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정미조 '개여울') 197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정미조(67)는 37년 만에 복귀하는 무대의 첫 곡으로 '개여울'을 선택했다.
23일 서울 이태원의 음악문화공간 스트라디움에서 그의 새 앨범 쇼케이스가 열렸다. 노래는 재즈풍으로 편곡됐지만, 풍부한 저음과 쭉 뻗는 고음이 어우러진 보컬은 그대로였다. '개여울'에 이어 신곡 '귀로'와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달아 부른 그는 멋쩍은 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부르는데 너무 떨려서 몇 군데 음이 틀렸는데 티는 안 났죠?"
이날 정미조는 긴 생머리를 질끈 묶고 검은색 바지 정장을 입어 170cm의 늘씬한 키가 더 돋보였다. 새 앨범 13곡 중 '개여울'과 '휘파람을 부세요'를 제외한 11곡은 신곡으로 채웠다.
재즈음악가 손성제가 프로듀서를 맡았고, 고상지, 정수욱 등 후배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신곡들은 옛 가요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재즈, 탱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적절히 녹였다. "젊은 사람들도 정미조의 노래를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음악이다.
1972년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면서 데뷔한 정미조는 1979년 은퇴하고 프랑스로 미술 유학을 떠났다.
"활동할 때 별 이유 없이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같은 노래가 금지곡이 됐어요. '이제 그만할 때가 됐나 보다' 생각해서 불어학원을 다니며 유학 준비를 한 거죠." 가수로 번 돈을 털어 파리로 떠났다. 기회가 계속 생기면서 박사학위까지 따게 되는 바람에 1992년에야 귀국했다. "무대 체질이라 그런지 강의도 그렇게 신나더라고요. 운 좋게 수원대서 교수 자리도 얻게 되고, 작품 활동도 하고 살았죠."
그 시절 동안 "노래방에서 노래 몇 곡 부르거나, 제의가 들어와 딱 두 번 방송에 출연한 것" 외에는 음악과 떨어져 살았다.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가수 최백호가 그에게 "목소리가 아까우니 다시 한 번 음악을 해보라"고 적극 권유하며 제작자까지 연결시켜 주면서 용기를 냈다. 곡을 받고 녹음하는 데 2년 넘게 걸렸다. 작년 수원대에서 정년퇴임했다. 오는 4월에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도 연다. "오랜만에 녹음하니까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공연 때 실수 없이 잘해야죠. 신인 가수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