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인가? 법원 판결은 정치인 뇌물 수사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
대법원이 18일 박지원(74)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자 검찰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 의원은 2003년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 기소됐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2004년 3월 금호그룹과 SK그룹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지만, 2007년 사면·복권됐다.
불법 행위로 검찰이 기소하면 무죄를 선고 받고, 유죄가 인정되면 사면·복권을 통해 정계 복귀에 성공했다.
◆ 대법 “모두 무죄 1심 판단이 더 합리적”
박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세가지 였다.
2008년 목포의 한 호텔 부근에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2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2010년 6월 목포시 박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오문철 보해저축은행장에게 수사 관련 청탁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2011년 3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임 회장과 오 저축은행장에게 금융위원회 관련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였다. 박 의원은 2012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정석)는 공소 사실 전부를 무죄로 선고했지만,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강영수)는 오문철 보해저축은행장에게서 수사관련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오씨 진술이 믿기 어렵다고 본 1심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오씨와 동석자의 진술이 엇갈리는데 2심 재판부가 오씨의 진술만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고 판단했다.
결국 누구 말이 맞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유·무죄가 오락가락했다. 2012년 기소될 당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였던 박 의원은 최근 무소속이다.
◆ “검찰과 13년 악연”...2억 뇌물 유죄 받았지만, 사면·복권
박 의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무죄 선고를 받아 20대 총선 출마가 가능해졌다.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남아 있지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결, 하급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
박 의원은 대법원 선고 직후 “검찰과의 13년간 악연을 오늘 끊겠다. 이번 총선에서 전남 목포 시민의 심판을 다시 받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대북송금 사건에서 현대그룹에 ‘사업 추진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송두환 당시 특별검사는 박 의원이 지난 2000년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에게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뇌물로 받은 정황을 포착해 박 의원을 구속수감했다.
특검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당시 남기춘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이 수사를 계속했고, 1·2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박 의원은 2004년 3월 금호와 SK그룹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유죄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2007년 사면, 복권됐다.
박 의원은 2014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조직을 통해 인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