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금요일 식당에서 오전 10시~오후 10시 근무. 수요일은 오후 8시 퇴근."

지난 2014년 실천신학대학원대 조성돈 교수가 목회자 900명을 대상으로 목회자의 '부업' 실태를 조사했을 때 어느 응답자가 한 답변이다. '미자립 교회' 목회자의 생활고(苦)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었다. 그의 일과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수요일이다. 1주일 내내 하루 12시간씩 부업을 하면서도 수요일엔 2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은 '수요 예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수입 때문에 퀵서비스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뛰는 한이 있어도 교회 목회자라면 거의 수요 예배는 인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요 예배는 새벽 기도회, 금요 철야 기도회와 함께 한국 개신교만의 특색을 보여주는 예배다. '수요 예배'는 성경에는 없는 내용이다. 그래서 천주교는 '매일 미사'는 있어도 '수요 미사'라는 형식은 따로 없다.

예전에 수요 예배는 '삼일 예배'라고도 했다. 주일인 일요일 다음 날인 월요일부터 '예배 1일'로 계산해 셋째 날인 수요일에 예배를 드리기 때문. 그렇다면 삼일 예배는 왜 드리게 됐을까. 정설은 따로 없다. 개신교계에서는 1907년 평양 대부흥이 기원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평양 대부흥은 한국 개신교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이다.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길선주 목사의 주도로 일어난 회개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교세가 크게 일어난 것. 서정민 일본 메이지학원대 종교사 교수는 "선교사들로서는 자국(自國)에서 주일성수(主日聖守) 외에 수요 예배라는 전통이 없기 때문에 새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대부흥 당시 매일 기도회가 이어지는 등 열정이 확산되면서 수요 예배도 자연발생적으로 정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히 유불선 등 동양 사상에도 정통했던 길선주 목사는 동양 문화에서 '3'이란 숫자가 갖는 상징적 의미에도 주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일 예배 후 다시 일주일을 기다리는 게 너무 길게 느껴진 교인들의 열정에 비춰봐도 일주일의 중간인 수요일 예배가 정착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수요 예배'는 개신교 본고장인 유럽이나 미국에도 없던 전통을 한국 개신교계의 열정이 만들어낸 '개신교 한류(韓流)'인 셈이다. '수요 예배'는 미국 등 외국 한인 교회로도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