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3홀에서도 드물게 나오는 홀인원이 파4홀에서 터졌다. 1950년 창설된 미 LPGA 투어 사상 처음이고, 미 PGA 투어(1929년 창설)에서도 한 번밖에 없었던 진기록이다. 주인공은 미 LPGA 투어 2년째를 맞은 한국의 장하나(24·사진)였다.

31일 바하마 파라다이스의 오션클럽 골프코스(파73·6625야드)에서 열린 미 LPGA 투어 바하마 클래식 3라운드. 장하나가 8번홀(파4·218야드)에 섰다. 이렇게 짧은 파4홀은 드라이브 샷으로 한 번에 올릴 수 있다고 해서 '드라이버블 파4(drivable par 4)'라고 부른다. 그린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벙커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최근 US여자오픈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코스 세팅 방법이다. 용감하게 원 온을 시도해 성공하면 이글 같은 큰 보상을 얻을 수 있고, 실패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승부처가 되기 쉽다. 최근 한국 대회에서도 이런 파4홀이 늘고 있다.

장하나는 3번 우드를 선택했다. 그가 친 공이 목표를 향해 날아가더니 프린지에 맞고 튕겼다. 공은 그린에서 3차례 더 튕긴 뒤 2m 남짓 굴러 홀로 빨려 들어갔다. 기준 타수보다 3타를 줄인 알바트로스였다.

홀컵 앞에서 큰절 올린 장하나 - 장하나는 LPGA 사상 첫 파4홀 홀인원을 기록한 뒤 마치 홀에게 감사를 표하듯 그린에서 큰절을 올렸다. 그는“지난해 운전면허를 땄는데 올해는 차가 생기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그린 주변에 있던 장하나의 아버지가 "하나야, 들어갔어, 들어갔어"라며 두 팔을 치켜들었다. 장하나도 펄쩍 뛰면서 두 팔을 치켜들었다. 장하나는 홀 앞에 와서 큰절을 올린 뒤 그린에 입을 맞추었다. 장하나는 "공을 친 뒤 느낌이 좋았지만 끝까지 보지 못했다"며 "조금 지나친 것 같아 탭인 이글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작년에 면허를 땄는데 아직 차가 없어 절을 하면서 차를 갖게 해달라고 빌었다"고도 했다.

장하나는 미 LPGA 투어 홈페이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뛰던 시절 2012년 알바트로스를 한 차례 했고, 홀인원(파3홀)은 통틀어 두 차례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LPGA 투어에 온 뒤에는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에서 4차례 홀인원(파3홀)을 했다고 밝혔다.

장하나는 이날 모두 5타를 줄여 공동 13위(7언더파)로 올라섰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와 찰리 헐이 공동 선두(12언더파)를 달렸고, 김세영과 김효주가 공동 3위(11언더파)로 추격했다.

미 PGA 투어에서는 2001년 앤드루 매기가 FBR오픈(현재 피닉스 오픈)에서 파4홀 홀인원을 한 차례 기록한 일이 있다. 스코츠데일 TPC 17번홀(파4·332야드)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한 공이 홀인원이 됐다. 매기는 공이 그린에 올라갈 거라고 기대하지 않고, 앞 조가 그린에서 퍼팅을 하고 있을 때 티샷을 했다. 그런데 이 공이 그린에 올라간 뒤 앞 조 선수의 퍼터에 맞고 들어가는 진기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경우엔 티샷한 선수의 스코어가 그대로 인정된다.

파3홀 홀인원의 경우 아마추어는 1만2000분의 1, 프로 골퍼는 3000분의 1이라는 확률이 나와있다. 보스턴대 수학과의 프랜시스 셰이드 교수가 투어 대회와 아마추어 라운드 기록 등 통계를 분석해 계산한 수치다. 파4홀 홀인원에 대해 585만분의 1 확률이라는 보도도 있지만, 정밀한 계산 결과로 보긴 어렵다. 알바트로스 확률로는 100만분의 1에서 600만분의 1까지 광범위한 추정치가 있을 뿐이다.

이날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3라운드에서도 알바트로스가 나왔다. 제이슨 고어(미국)가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남코스 18번홀(파5·570야드)에서 250야드를 남기고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떨어진 뒤 10m 이상 구르더니 홀로 들어갔다. PGA 투어와 LPGA 투어에서 같은날 남녀 동반 알바트로스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