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 아이돌 그룹의 팬인 대학생 박모(여·22)씨는 지난달 인터넷을 통해 이 그룹 멤버의 사진첩 1권을 4만원에 샀다. 멤버들의 해외 활동 사진이 담겨 있는 '희귀판'이었다. 한 열성팬이 직접 만든 이 사진첩은 국내에서 정식 발매된 적이 없다. 박씨는 "지금까지 이 아이돌 '오빠'들의 얼굴이 인쇄된 머그컵이나 티셔츠 등을 500만원어치나 샀는데, 대부분 열성팬이 직접 만든 비공식 상품들"이라고 말했다.
일부 열성팬이 만든 연예인 관련 상품 거래가 늘면서 연예기획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스타 사진이나 캐리커처 등을 넣어 만든 이런 상품은 연예인 팬들 사이에서 '굿즈(Goods)'로 불린다. 이런 굿즈는 연예기획사의 허락을 받고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근 연예기획사가 정식 출시한 상품보다 팬들이 만든 비공식 굿즈가 더 많이 팔리면서 연예기획사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팬들이 만드는 비공식 굿즈는 초상권이나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 하지만 열성팬 여론이 해당 연예인의 인기나 수익과 직결되는 까닭에 기획사가 이를 문제 삼기가 쉽지 않다. 실제 지난 2011년 한 인기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가 굿즈를 만들어 파는 팬들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팬들을 장사꾼 취급하는 것이냐"는 항의에 부딪혀 사과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불법 굿즈는 주로 '홈마스터(Home Master)'로 불리는 연예인 팬 커뮤니티 관리자가 만든다고 한다. 이들은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이를 이용한 물품을 만들어 인터넷에서 판다. 한 연예인 팬 카페 '홈마스터' 조모(여·27)씨는 "팬들이 만든 굿즈 덕분에 홍보 효과가 생기니 해당 연예인이나 기획사도 더 좋은 것 아니냐"고 했다. 팬들이 만드는 굿즈가 연예기획사들의 골칫거리가 된 건 연예인 굿즈 시장 규모가 연간 1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입력 2016.01.20. 03:00업데이트 2016.01.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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