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유제품 공장에서 일하는 양진호(49) 씨는 2013년 5월 유제품 원료로 쓰이는 과일을 분쇄기에 넣던 중 오른팔이 기계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양 씨는 사고가 나자마자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손상된 팔의 근육과 신경이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양 씨는 산재 신청을 하고 1년 넘게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보다 직장에 다시 복귀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 양 씨는 치료를 받는 내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 환자들이 ‘맞춤형 직업 재활 프로그램’에 따른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던 중 그는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의 ‘맞춤형 직업 재활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육체 노동을 많이 하는 근로자가 사고로 다쳤을 때 재활치료 외에 업무 능력 재활까지 도와주는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직업재활사 등이 1대 1로 환자의 업무에 따라 필요한 재활 훈련을 한다.

양 씨는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6개월간 직업 재활 프로그램에 따른 재활 치료를 받고 지난해 3월 직장에 복귀했다. 양 씨는 “병원에서 직장 복귀까지 신경을 써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가장의 일상으로 무사히 돌아가게 해준 병원의 고마움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대구·인천·대전·경기 안산·경남 창원·전남 순천·강원 태백·강원 동해·강원 정선 등 전국 9개 병원에서 환자의 치료와 직장 복귀를 책임지는 ‘맞춤형 직업 재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 실시하는 직업재활 훈련 프로그램. 회사와 유사한 환경을 갖춰 환자가 빠르게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가 근로복지공단 병원에 입원하면 의료진은 ‘작업능력 평가 장비’를 이용해 150가지의 신체 기능을 평가한다. 이때 환자의 부족한 작업능력을 발견하면 환자가 근무 환경과 비슷한 ‘모의 작업능력 강화실’에서 직업 적응 훈련을 받도록 한다. 무거운 짐 들기, 사다리 오르내리기, 밧줄 당기기, 카트 밀기 등 다양한 훈련이 포함됐다.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직업 재활 프로그램은 직장에 빨리 복귀하고 싶은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직업 재활 프로그램 이용건수는 약 156만건으로 전년대비 76.4% 늘었다. 다른 대학병원이나 재활병원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근로복지공단 병원은 공공병원이지만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 국내 최고의 재활병원을 꿈꾼다”라며 “앞으로 환자가 직장에 무사히 복귀할 수 있는 직업 재활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