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힘은 밥심에서 나온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통계청이 올 초 발표한 '2014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78.2g으로 밥 한 공기가 약100g인 걸 감안하면 하루에 밥을 채 두 그릇도 먹지 않는 셈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다양하지만 젊은 층의 식생활 서구화가 큰 몫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기사 더 보기 ▶ 면 마니아의 '면식탐구']
다양한 종류로 많은 사람의 입맛을 저격하는 파스타, 그 유혹을 누가 뿌리칠 수 있을까?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파스타의 세계를 소개한다.
파스타와 스파게티의 차이는…
파스타(pasta)는 이탈리아의 대표 요리로 주로 밀가루와 물로 만든 반죽을 소금물에 삶아 만든 요리를 총칭한다. 파스타(pasta)는 이탈리아어로 "반죽(paste, dough, batter)"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몸속에서 소화흡수 되어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반죽"이라는 의미의 '파스타 알리멘타레(pasta alimentare)'로 불렸다. 그렇다면 파스타와 스파게티의 차이는 무엇일까? 파스타는 가늘고 긴 면으로 만든 스파게티, 납작한 반죽 모양의 라자냐, 펜 촉 모양을 한 펜네, 그리고 널리 알려진 마카로니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단어다. 한 마디로 파스타 안에 스파게티가 있는 것이다.
중국을 다녀온 마르코 폴로가 이탈리아에 전파한 음식이라고?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밥이 파스타다. 그러니 파스타의 연원을 이탈리아에서 찾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기원전 4세기의 묘비 유적에서 파스타로 추정되는 그림이 발견된 적이 있다. 그래서 한 때는 파스타를 고대 로마시대부터 있었던 이탈리아 고유음식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 백 년 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폼페이 시내가 화산재로 덮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로마인들의 일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당시 유물에서는 파스타가 일체 발견되지 않았다. 파스타가 고대부터 이탈리아에 존재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또 한편으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마르코 폴로가 전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일부 백과사전에도 그렇게 기술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가 동방으로 떠나기 전에 이미 이탈리아에는 파스타가 존재했기 때문에 이 주장에도 모순이 있다. 이런 혼란이 생긴 건, 1929년「마카로니 저널」이라는 잡지가 마르코 폴로 전래설을 유포하면서부터다. 이 잡지는 마르코 폴로가 동방에서 가져간 것으로 그럴듯하게 기사를 썼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이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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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에 따른 이름만 수십가지인 파스타의 '면'
파스타는 소스나 첨가하는 재료에 따라 나뉘기도 하지만, 파스타 면의 모양에 따라 종류가 수백가지로 나뉜다. 모양으로 분류하면 롱 파스타, 쇼트 파스타, 속을 채운 파스타 그리고 수프용 파스타가 있다.
롱 파스타에는 파스타의 대명사인 스파게티면을 비롯해, 링귀네, 라자냐 등이 있다. 스파게티는 가늘고 기다란 원통령의 파스타로 '얆은 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링귀네는 스파게티를 납작하게 눌러놓은 모양이다. 이탈리아어로 '작은 혀'라는 뜻으로 새의 혀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또 라자냐는 넓고 납작한 판 형태의 파스타로 라자냐를 층층이 깔고 그 사이사이에 각종 재료들을 채워 요리한다.
쇼트 파스타에는 푸실리, 콘킬리에, 로텔레, 펜네, 파르펠레 등이 있다. 이름이 생소하지만 모양을 보면 익숙한 면들이다. 푸실리는 스파게티와 함께 자주 사용되는 파스타로 스프링 모양이다. 콘킬리에는 소라 껍데기 모양을 하고 있고, 포텔레는 수레바퀴 모양의 파스타다. 펜네는 끝이 펜촉처럼 뾰족하고 펜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으로 자주 사용되는 튜브 형태의 파스타다. 파르펠레는 이탈리아어로 '나비넥타이'라는 의미다. 모양도 나비넥타이처럼 생겼다.
속을 채운 파스타는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하다. 그 종류에는 토르텔리니, 토르텔로니, 라비올리 등이 있다. 토르텔리니는 반죽을 얇게 밀어 소를 채우고 반죽 양 끝을 붙여 만든다. 토르텔로니는 토르텔리니를 크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라비올리는 생면 반죽을 두 겹으로 만들어 그 틈에 소를 넣어 만드는 이탈리아 만두다. 라비올리는 '둘러싸다'는 의미이고, 사각형, 삼각형, 반달, 원형 등 다양한 모양으로 만든다.
수프용 파스타는 말그대로 수프에 곁들여 넣어먹는 파스타다. 쌀알이나 마카로니 모양을 떠올리면 된다. 그 종류에는 스텔리네, 그라미냐, 리소니 등이 있다. 스텔리네는 '작은 별'이란 뜻으로 작은 육각형 모양이다. 그라미냐는 가운데 작은 구멍이 뚫린 얇고 짧으며 굽슬굽슬한 모양이다. 한쪽 끝은 동그랗게 말려 있다. 리소니는 큰 쌀알 모양이다.
이탈리아 지역별 대표 파스타
남북으로 뻗은 장화형의 반도인 이탈리아는 남부와 북부 지방의 기후화 풍토, 사람들의 기질에서도 차이가 있다. 파스타 요리도 예외는 아니다. 19세기에 이르러서야 통일을 맞이한 이탈리아는 그 영향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이탈리아 요리는 여전히 지방색이 매우 짙다.
덥고 건조한 날씨인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보관의 이유로 건파스타를 주로 사용한다. 소스는 매콤한 토마토소스나 마늘 소스, 올리브 오일 등이 사용되고, 해산물이 주재료다. 나폴리는 봉골레 스파게티가 유명하며, 시칠리아 섬은 정어리를 넣어 만든 파스타가 유명하다.
이탈리아 중부는 맛이 진하고 감칠 맛이 강한 소스를 많이 이용한다. 매콤한 토마토소스, 아마트리차나 (amatriciana, 올리브 오일, 야파, 고추, 베이컨 등을 넣고 만든 토마토소스), 카르보나라(carbonara, 달걀, 크림, 베이컨, 파르미자노 치즈 등으로 만든 크림소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중부 대표 도시인 로마에서는 카르보나라 파스타가 유명하다.
알프스에 인접한 이탈리아 북부는 버터나 치즈, 햄 등을 이용한 영양이 풍부한 메뉴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북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스는 페스타(pest, 바실·마늘·파인 너트·파르미자노 치즈나 페코리노 치즈·올리브유를 사용해 가열하지 않고 만든 소스), 라구 알라 볼로네제 (ragu alla Bolognese, 볼로냐식 미트 소스) 등이다. 북부 지방 볼로냐의 명물 파스타로 볼로네제가 있고, 제노바에서는 바질로 만든 페스토 소스를 이용한 파스타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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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네이버 음식백과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