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제임스 딘, 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존 레넌 등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스타들은 짧은 생애를 보상이라도 받듯 영원한 전설이 되었다. 삶의 속내야 어찌 되었든 그들이 남긴 영화와 음악은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죽음의 스토리까지 보태지니 그 자체로 드라마가 된다.
재즈에서도 안타까운 죽음으로 전설이 된 음악가가 많다. 1950년대 인기 트럼펫 연주자였던 쳇 베이커도 그중 한 사람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남기고 1988년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다. 쳇 베이커가 남긴 곡 중에는 '마이 퍼니 밸런타인'이 가장 유명한데 우수 어린 목소리와 안개처럼 낮게 깔리는 나팔 소리가 요즘 같은 계절에 듣는 재즈로 으뜸이다. 하지만 그는 약물중독과 방탕한 생활로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가난과 병든 몸으로 유럽을 전전하다가 힘겹게 재기에 나서던 중 최후를 맞았다.
한번은 그런 쳇 베이커와 마지막까지 함께 일했던 사람을 만났다. 기마타 마코토라는 일본인 재즈 프로듀서로, 나는 이런 기회가 없겠구나 싶어 의문의 죽음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자살은 아니다. 당시 그는 의욕이 넘쳤고 일주일 후면 근사한 공연도 잡혀있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고는 호텔 난간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졌을 거라고 말했다. 귀한 답변을 들어 만족스럽기는 했지만 그저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어쩐지 허탈하게 느껴졌다. 죽음은 큰 비극이지만 권총 저격을 당한 존 레넌이나 자동차 사고로 숨진 제임스 딘처럼 극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스타의 신화는 팬들이 만들어낸다는 이야기가 있다. 팬들은 자기 우상에게서 완벽한 드라마를 원한다. 여러 가지 설이 맞섰던 쳇 베이커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이야기되는 편이다. 그런 재즈 팬을 만나면 나 역시 구태여 설명을 보태지 않는다. 방법이야 어떻든 천재 음악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좋은 일이니까.
다만 예술가의 뒷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작품을 기억한다면 더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