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뇌신경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올리버 색스(Sacks·82·사진) 미국 뉴욕대 신경과 교수가 30일(현지 시각) 숨졌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임상 의사이기도 한 그는 투렛 증후군, 기억상실증, 자폐증 등 기이한 신경장애를 지닌 환자들이 존엄을 찾기 위해 싸우고 기적과도 같은 재능을 발휘하는 사례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전달하면서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이마고), '화성의 인류학자'(바다), '깨어남'(알마) 등 상당수가 번역됐다. '깨어남'은 로버트 드니로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국내 개봉명 '사랑의 기적')로도 제작됐다.
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밝힌 올해 2월의 뉴욕타임스 기고문 '나의 삶'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색스 교수는 이 글에서 경쟁적 불평등이나 전쟁 같은 거대담론도 여전히 걱정하고 고민하지만, 내 남은 시간 동안만큼은 자기 자신과 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만 하겠다고 밝혀 큰 공감을 얻었다. '나의 삶'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감출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이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한평생을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한 특혜이자 모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