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수도 테헤란은 이를 반기는 인파와 함께 빨간 튤립 꽃으로 가득 메워졌다. 이란인들이 국기(國旗·사진)를 들고 나와 흔들었는데, 국기 한가운데 그려진 것이 튤립이었기 때문이다. 이란 국기에 튤립은 왜 있는 걸까.
이란 국기의 튤립은 중앙에 일자(一字) 기둥이 세워져 있고, 양쪽에 초승달이 2개씩 놓여 있는 형태다. 중앙 기둥 위에는 W 모양 무늬가 있다. 기둥은 튤립의 꽃대, 양쪽 초승달은 꽃잎, W 무늬는 꽃 수술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선들은 사실 아랍어 글자이다. 이란 국교인 이슬람의 신앙고백문인 '라 일라하 일라 알라(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라는 문장을 튤립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기의 튤립을 '해독'해보면, 우선 기둥의 양쪽 옆 초승달 2개는 '라(없다)'이다. 초승달 4개 전부를 읽으면 '일라하(다른 신은)'이고, 우측 초승달 3개와 W 무늬를 합쳐 읽으면 '일라(외에)'가 된다. 초승달 4개와 W 무늬 그리고 기둥을 합치면 '알라'가 된다. 1979년 세속 왕정을 무너트린 현 이슬람 정권이 1980년 지금의 국기를 만들면서 국기에 이슬람적 요소를 집어넣은 것이다. 녹색 띠 하단과 빨간 띠 상단에는 하얀색으로 자국이 나 있는데, 이는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문장이 반복해 쓰여 있는 것이다.
신앙고백문을 튤립 형태로 나타낸 까닭은 이란 국화가 튤립이기 때문이다. 튤립은 수천년 전부터 이란을 비롯해 터키 일대에서 자라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세기 이란 지역에서 처음 재배됐으며 이슬람 문명이 번창하던 16세기 네덜란드 등 유럽으로 건너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