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방글라데시 쿨나 지역 케주리아 마을의 케주리아초등학교. 장대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야외 임시 천막에 주민 500명이 모였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날 초등학교 옥상에 하루 50KW의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 발전소 '솔라스쿨'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어부 출신의 비스와스 학교운영위원이 "전기를 선물받은 오늘은 우리 마을의 '두 번째 생일'"이라고 하자 마을 사람들이 환호했다.

케주리아 마을은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에서 각각 비행기 40분, 자동차 2시간을 타고, 다시 배를 20분 타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전교생은 150명인데 교실이 3곳밖에 없어 2부제 수업을 한다. 그런데 수업이 한창이어야 할 오후 2시, 날씨가 흐린 우기에는 교실 안이 책을 읽기 불가능할 정도로 깜깜해진다. 케주리아초등학교가 속한 바니샨타 유니온은 초등 교육 이수율이 48%에 불과하다.

이날 태양광 발전소는 환경재단과 현지 환경단체인 BEDS가 완공했다. 이들은 현지 400가구에 충전식 휴대용 태양광 전등도 전달했다. 환경재단 최열 대표는 "이 전등을 이용하면 저녁 시간에도 마을 사람들이 일을 해서 가난을 벗어나고, 학생들은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학년 샤힘(10)군은 "앞으로 밝은 교실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5학년까지 마치고 싶다. 꿈은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꽐후나(30)씨도 "앞으로 태양광 전등을 켜두고 밤에 요리를 해서 팔면 딸의 공부를 지원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전기가 방글라데시 학생들에게는 미래를 꿈꾸게 해주고, 학부모들에게는 교육열에 불을 붙일 수 있게 해준 셈이다.

환경재단과 BEDS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한 삼성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방글라데시의 또 다른 시골 마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10년 후에 아이들이 사업가도 되고 엔지니어·선생님도 되어서 방글라데시에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