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달러의 사나이' 닐 모한 구글 광고 담당 부사장이 비상장업체인 드롭박스로 이적할 예정이라고 미 IT 전문매체인 '리/코드'가 8일 보도했다. 스탠퍼드대 출신으로 2008년 구글에 합류한 모한 부사장은 검색 광고 위주였던 구글에 유튜브 동영상 광고 같은 새로운 광고 기법을 도입해, 2008년 211억달러이던 구글의 광고 매출을 지난해 596억달러로 키웠다. 트위터가 2013년 광고 영업 강화를 위해 그를 영입하려 하자, 구글이 연봉 1억달러(약 1120억원)를 제시해 잔류시키면서 '1억달러의 사나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가 새로 둥지를 트는 드롭박스는 파일 공유 서비스 업체로, 구글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매출액은 2억달러 수준으로 구글(660억달러)과 비교가 안 된다. 구체적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업 규모를 감안할 때 드롭박스에서 받는 그의 연봉은 구글 때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하지만 구글이란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새 출발하는 그를 실리콘밸리에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정상에 있을 때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 온 실리콘밸리의 전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모한 부사장 이전에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담당 부사장이던 휴고 바라가 2013년 8월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로 이적했고, 구글 신사옥 건설을 책임졌던 니케시 아로라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작년 7월 일본 소프트뱅크로 옮겼다.
바라는 이적 후 10개월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7위였던 샤오미를 1위로 끌어올렸다. 아로라는 인도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스냅딜(6억2700만달러)과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택시(2억5000만달러), 미국 지역 맞춤형 광고기술 업체 반조(1억달러) 등 굵직한 M&A(인수·합병) 9건을 주도하는 등 소프트뱅크의 미래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미 경제 전문지 포천은 "인도 출신으로 미국 기업에서만 일해본 아로라가 폐쇄적인 일본 기업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시됐지만, 불과 10개월 만에 손정의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될 만큼 입지를 굳혔다"고 전했다. 이렇게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전 세계 IT 업계에서 활약하는 구글 출신들을 가리켜 '구글 동창회'(google alumni)라 부른다.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란 미 IT 업계의 전통은 실리콘밸리의 발전과 역사를 함께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로칩의 용량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는 이런 도전 정신을 구축한 1세대다. 그는 트랜지스터 공동 발명자인 윌리엄 샤클리가 설립한 샤클리반도체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직원들을 믿지 못하는 샤클리에게 질려 동료 7명과 '페어차일드'란 반도체 업체를 설립했다. 하지만 페어차일드가 혁신 본능을 잃자, 부하 직원인 앤디 그로브를 데리고 신생 기업인 '인텔'에 합류했다. 앤디 그로브는 30년 넘게 인텔 CEO로 장수하며, 인텔을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로 키웠다.
미 인터넷 매체 리버티보이스는 "관료적인 대기업 문화는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 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