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알람(말레이시아)=뉴시스】이윤희 기자 = 이동국(36·전북)과 차두리(35·서울)는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레전드'다.
이동국은 지난 6일 FC서울과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K리그 통산 171골을 기록, 자신이 보유한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3월31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전례 없이 성대한 대표팀 은퇴경기를 치렀던 차두리도 여전히 서울의 주축 멤버로 활약 중이다.
두 선수는 79년생 양띠와 80년생 원숭이띠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다. 하지만 이제는 '띠 대표' 자리를 반납할 시기가 다가온 듯하다.
축구대표팀은 11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랍에미레이트(UAE)와의 평가전과 16일 태국에서 열리는 미얀마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이번 동남아 2연전에 나서는 태극전사들의 '띠'를 살펴보면 양띠(91년생)가 4명, 원숭이띠(92년생)가 5명이다. 23명 중 9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92년생은 대표팀 막내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구자철(26·마인츠) 등 그간 슈틸리케호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부상과 군사훈련 등으로 이탈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특수한 상황이지만 축구대표팀 지형도에서 젊은 선수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이동국과 차두리가 아닌 '새로운' 양띠, 원숭이띠가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의 약진이 더욱 돋보인다.
91년생 '양띠 라인'에는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 이정협(24·상주)을 비롯해 남태희(24·레퀴야), 장현수(24·광저우 부리),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 등이 있다.
특히 이정협과 이용재는 강수일(28·제주)과 더불어 슈틸리케호의 최전방에 선다. 군사훈련으로 이번 소집에 제외된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을 포함하면 91년생 공격수들은 유독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의 애정을 독차지하고 있다.
'중동 메시'로 불리는 남태희도 빠질 수 없다. 올 시즌 카타르 프로축구 레퀴야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25경기에 출전, 7골4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들 세대는 2011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콜롬비아월드컵 주축이기도 하다. 당시 장현수가 주장을 맡은 가운데 대회 16강까지 올랐다.
대표팀 오른쪽 수비수인 임창우(23·울산)도 이들과 같은 세대다. 임창우는 1992년 2월 생으 생년으로는 원숭이띠지만 학년으로는 양띠와 같다.
대표팀 막내인 92년 '원숭이띠 라인'도 면면이 화려하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북한을 상대로 연장 결승골을 터뜨린 임창우를 포함해 손흥민(23·레버쿠젠), 김진수(23·호펜하임), 이재성(23·전북), 이주용(23·전북) 등이 포진해 있다.
손흥민과 이재성은 나이는 어리지만 에이스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손흥민은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7골(정규리그 11골·챔피언스리그 5골·포칼컵 1골)을 기록했다. 이재성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전북현대에서 정규리그 전 경기(15경기)에 출장,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수행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김진수도 유럽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았고 이주용과 임창우 역시 K리그에서 착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대세'를 이룬 만큼 대표팀의 분위기는 밝다.
UAE전 주장을 맡은 곽태휘(34·알 힐랄)는 지난 10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대표팀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는데 어린 선수들끼리 잘 어울리는 분위기"라며 "나도 젊어져야 같이 낄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91년생과 92년생의 약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분위기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장래도 한층 밝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