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믿을 만한 선발투수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불펜투수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추세다. 그런데 그 불펜투수들을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3일 연투’가 있다. 3일 연투가 불펜투수들의 혹사 지표로 굳어지는 느낌도 있다. 그렇다면 3일 연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선발투수들은 보통 하루를 던지면 4~5일을 쉰다. 하지만 불펜투수들은 사정이 다르다. 하루를 던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경기 상황에 따라 때로는 연투를 감수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이해를 한다. 그런데 3일 연투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고 쓰면 쓸수록 닳는다. 어깨에 무리가 가는 3일 연투는 되도록 시켜서는 안 된다”라는 시각이 비등해진다.

▲ 3연투, 투구수만 관리되면 OK

그렇다면 현장과 불펜투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일단 현장에서는 “3일 연투까지는 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불펜투수들도 그에 대비해 충분한 준비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전제조건은 있다. 첫 고려대상은 당연히 선수의 특성이다. 한 지방구단 투수코치는 “우리 팀만 봐도 30개를 던져도 괜찮은 선수가 있는 반면, 20개가 넘어가면 공에 힘이 떨어지는 경향이 짙은 선수도 있다. 또한 연투를 해도 구위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선수도 있고, 하루를 잘 던지다가도 연투는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라면 연투 대신 한 경기 투구수를 늘리는 것이 더 낫다”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특성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선 경기의 투구수다. 한 불펜투수는 “이틀간 한 경기에서 약 20개씩, 즉 도합 40개 정도라면 3일째에도 나서 20개 정도 더 던지는 데는 문제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구단에서 이 정도 기준으로 연투 가능성을 판단한다. 경기당 투구수가 적은 원포인트 릴리프들의 연투가 잦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신 뒤로는 휴식일 일정도 철저히 고려해야 탈이 없다.

세 번째는 불펜에서의 피로도다. 만약 3연투를 하며 하루에 10개 정도씩의 공을 던졌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3일간의 총 투구수는 30개가 된다. 바깥에서 봤을 때는 “더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닌가”라고 하지만 불펜에서의 투구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불펜투수들의 투구수가 간과되는 것도 이 보이지 않는 투구수 때문이다.

보통 불펜투수들은 10~20개 정도의 공을 던지며 몸을 푼 뒤 마운드에 올라간다. 10개를 던졌다고 해도 실제 20~30개를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3일이면 100개에 근접한다. 당연히 휴식이 필요하다. 가장 불펜투수들의 연투에 민감한 팀인 SK의 경우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불펜에서 100% 몸을 풀었다면 사실상 경기에 등판한 것으로 본다. 김용희 SK 감독은 “3일 연투를 하면 이틀 정도는 쉬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다른 팀들도 대개 이런 이 정도 휴식일 원칙은 지켜주려 노력한다.

▲ 장기 레이스, 관리가 승패 가른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3일 연투 자체에 아주 큰 포커스를 맞출 필요는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그 사이에 투구수가 30~40개 되는 경기가 끼어있지 않다면, 그리고 3일 연투 이후 철저히 휴식일만 지켜준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3일 연투는 대다수의 사령탑들이 꺼려 있는 카드임도 분명하다. 투수들의 체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길게 봐야 한다”라는 지적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한 지방구단 감독은 연투 논란에 대해 “투수들은 나가서 던지라고 하면 일주일에 6경기도 나가 던질 수 있다”라고 하면서 “문제는 그렇게 연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기에 나가 던지는 것과 경기에 나가 ‘제대로’ 던지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투수의 체력과 구위는 분명 떨어진다. 특히 연투가 잦은 불펜투수는 더 그렇다.

실제 기록에서도 이런 차이는 드러난다. 올 시즌 KBO 리그의 최고 투혼 아이콘인 권혁(한화)은 연투가 아닐 때 2.9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3일 연속 등판한 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무려 16.20이다. 박정진(한화)의 평균자책점은 연투가 아닐 때 2.04였지만 연투일 때는 4.32였다. 두 선수와 함께 올 시즌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임정호(NC) 또한 연투가 아닐 때의 평균자책점은 3.00이었던 것에 비해 연투일 때는 10.13으로 치솟았다. 대다수의 불펜투수들은 연투일 때 평균자책점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누적된 피로가 뒤로 갈수록 성적과 구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며 실제 많은 선수들이 그런 전례를 만들어왔다. 그렇다고 선수가 등판을 거부할 수는 없는 일. 결국 이런 불펜투수들의 관리는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단기적으로는 올 시즌, 장기적으로는 팀의 불펜전력까지 면밀하게 챙기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관리에 실패하면 올 시즌 후반기 레이스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 때 이미 많이 던진 선수 탓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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