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맨해튼과 북쪽으로 맞닿은 브롱크스(Bronx)는 뉴욕시의 5개 자치구 가운데 "일몰 이후에 가면 위험한 동네"로 소문나 있다. 빈곤율이 30%를 넘는 미국 최대 빈민촌으로 마약과 총기, 폭력범죄의 온상이다. 주민 70% 이상이 고졸 이하 저학력자이고, 실업률도 미국 평균의 두 배가 넘는 12%에 달한다. 건물이나 도로 등 기반 시설이 낡은 데다 범죄율이 높다고 해서 '콘크리트 정글'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고층 건물이 숲을 이룬 세계의 경제 수도 맨해튼과는 극과 극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밀집한 우범 지대에서도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성장한 인물들은 있게 마련이다. 브롱크스 태생의 미국 여성 원로 사진작가인 앨린 앨다(82)가 쓴 '브롱크스 키즈(Just Kids From the Bronx·사진)'는 브롱크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이다. 작가는 브롱크스 출신 유명인사 64명의 사연을 통해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한다. 미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과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가 이곳 브롱크스 출신이다. 브롱크스 출신은 피부색과 인종이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난한 이민자의 자손이란 것이다. 가난한 이민자들이 미국에 처음 건너와 정착한 곳이 브롱크스였기 때문이다. 저자도 동유럽 출신의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브롱크스 출신들이 가난에 맞서며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엔 교육이 있었다. 이민자들은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자녀 교육에 정성을 다했고, 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들 계도에 적극적이었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는 브롱크스 출신 현직 구청장인 루벤 디아즈 주니어(41)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다. 디아즈 구청장은 "내가 비뚤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브롱크스 재건을 위해서는 일자리와 희망을 주민들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