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중동 4개국을 순방하는 동안 낙타고기를 두 번 대접받았다. 청와대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3개월 정도 된 어린 낙타를 통구이 형식으로 즉석에서 구운 뒤 양념을 했고, 카타르는 삶은 낙타고기를 쇠고기·양고기와 함께 내놓았다"고 전했다.
거친 사막에 사는 중동인들에게 낙타는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손님에게 낙타고기를 대접한다는 것은 재산을 내놓아 환대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동에서도 낙타고기는 양이나 소·닭고기에 비해 귀하고 비싼 별미로 대접받는다. 우리나라에선 먹기가 쉽지 않은 낙타고기는 어떤 맛일까.
기자는 작년 7월 북아프리카의 아랍국가 모로코에 갔다가 낙타고기를 먹어봤다. 모로코 중북부의 고도(古都) 페스에는 각종 육류를 파는 '수크(시장)'가 열린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육류는 양고기였다. 상인들은 양을 시장에서 바로 도살해 팔았다. 식용 비둘기도 인기였다. 비둘기는 닭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보신용으로 많이 먹는다고 했다.하지만 낙타고기는 수크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여행 안내 책자를 뒤져 큰 거리를 벗어난 지역에 있는 좁은 골목을 한참 헤매고서야 낙타고기 전문식당을 발견했다. 종업원은 '낙타 버거'를 추천했다. 그는 "낙타고기는 양·소고기 등에 비해 물량이 많지 않아 대개 조금씩 구워 먹는다"며 "젊은 사람들은 중동의 전통고기인 낙타고기를 서구식으로 요리한 '낙타 버거'를 좋아한다"고 했다.
낙타를 통째로 굽는 요리는 결혼식이나 큰 파티 때나 맛볼 수 있다고 했다. 통구이를 할 때는 주로 어린 낙타를 쓴다. 늙은 낙타보다 육질이 더 연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새것을 당신에게 드립니다'란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날 '낙타 버거' 요리는 주문한 지 20분쯤 돼서야 나왔다. 둥그런 빵 사이에 두툼한 낙타고기가 있고, 그 위에 치즈와 토마토, 양파를 올렸다. 겉모양은 여느 버거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보니 뭔가 달랐다. 소고기보다는 조금 질겼고 돼지고기보다는 기름이 덜한 듯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있었다.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다지 거슬리진 않았다. 오히려 냄새가 거의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종업원은 "늙은 낙타 고기는 질기거나 냄새가 날 수 있어 물에 넣고 약한 불로 5일 동안 삶는다"고 했다. 그래도 약간 느끼한 감이 있어 맥주 생각이 났지만 모로코는 이슬람 문화권이라 술을 팔지 않아 대신 탄산음료를 마셨다.
종업원은 "낙타고기 요리 중 일품 부위는 낙타 등에 솟은 혹"이라고 했다. 낙타의 혹은 사막에 사는 낙타가 물을 저장해 놓는 곳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지방이 가득 차 있다. 이 혹을 쌀, 샤프란(향신료의 일종)과 함께 삶으면 맛있는 '영양밥'이 된다고 한다. 중동인들은 이 밥을 숟가락을 사용하는 대신 '홉스'라는 납작한 통밀빵에 싸서 먹는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는 낙타 혹과 쌀·야채 등을 한데 넣어 삶은 '낙타 쿠스쿠스'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