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학자인 안성재(安性栽·42) 인천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흡사 뒤에서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매년 2~3권씩 연구서를 쏟아냈다. 2012년의 '노자의 재구성'과 '노자, 정치를 깨우다', 2013년의 '논어, 그 오해와 진실'과 '논어-안 될 줄 알고도 하려는 사람인가'처럼 노자(老子)와 공자(孔子)라는 학문적 화두에 매달렸다. 때로는 추리 소설이나 공상과학(SF) 소설의 형식을 빌려 노자의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노자와 공자가 만났을 때'(어문학사)를 통해 가상 대화 형식으로 두 인물의 사상을 풀어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史記列傳)에도 언급된 둘의 만남을 통해 동양철학의 주제들을 되짚어보는 서술 방식이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이나 공자의 말씀을 담은 '논어(論語)'는 모두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leadership)에 대한 책이에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설파한 노자의 '도덕경'을 정치학 서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즈음, 안 교수의 경쾌한 공박(攻駁)이 날아왔다. "노자의 무위자연은 그저 혼란한 세상을 등지고 숲과 산으로 돌아가 유유자적하면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억지로 꾸미거나 간섭하지 않아도 천성(天性)대로 되는 이상적인 경지를 일컫는 말이죠."
안 교수는 '노자와 공자의 사상이 대치된다'는 기존 해석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노자와 공자 모두 법치(法治)보다는 덕치(德治)를 중요하게 여겼고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이 맑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노자가 이상향인 대동(大同)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무위자연의 통치법을 강조했다면, 춘추시대의 혼란기에 살았던 공자는 일종의 과도기인 소강(小康) 사회를 이루기 위해 인의예악(仁義禮樂)을 중시한 것이 차이라고 안 교수는 풀이했다. 선배 노자가 '원론주의자'라면, 후배 공자는 '수정론자'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안 교수의 증조부는 고향 충남 연기군(현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서당을 열고 후학을 가르쳤다. 조부 역시 한학자였다. 안 교수의 이름도 '성품(性)을 기르라(栽)'는 뜻으로 조부가 직접 지어줬다. 이런 가풍 때문에 안 교수는 일곱 살 무렵 한글을 깨치자마자 천자문과 소학(小學)을 공부했다. 건국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중국 베이징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노자와 공자 이후에도 맹자(孟子)와 묵자(墨子), 순자(荀子) 등 제자백가(諸子百家) 전반으로 학문적 관심을 확장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