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구고법이 16년 전의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을 기각하자 “네번째 ‘영구 미제 사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엔 해결되지 않은 채 공소시효가 만료돼버린 ‘3대 영구 미제 사건’이 있다. 바로 ‘화성연쇄 살인사건(1986~1991)’,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1991년)’,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1991년)’이다. 이 사건들은 범죄의 잔혹성으로 온 국민의 공분을 샀으나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 범죄 현장.

'화성 연쇄 살인사건'은 1986년 9월 경기도 화성에서 71세 여성이 하의가 벗겨지고 목이 졸려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그 뒤 1986년 2명, 1987년 3명, 1988년 2명, 1990년과 1991년 각각 1명씩 여성 10명이 강간·살해 당했다. 당시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으며, 일부 피해자들의 음부는 담배꽁초·펜·머리카락 등으로 훼손되는 등 범행수법이 잔인했다. 경찰은 180만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했으나, 2006년 결국 모든 사건이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은 1991년 대구성서초등학교 학생인 우철원(당시 13세)·조호연(12)·김영규(11)·박찬인(10)·김종식(9)군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사건이다. 이들은 실종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유골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35만명의 인력을 투입해 인근을 수색했고, 가족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맸다. 발견되지 않던 아이들은 11년 뒤인 2002년 대구 성산고교 신축공사장 뒷편 와룡산 중턱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타살로 판단해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을 찾지 못했고,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2002년 9월 실종된 '개구리 소년'으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품이 발견된 사건현장에 인근 주민들이 대거 몰려와 유해발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마지막 사건은 1991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형호(당시 9세)군이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유괴되어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44일 뒤 이군은 잠실대교에서 1.5km 떨어진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군의 손은 스카프와 나일론 끈 등으로 묶여 있었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부검 결과, 숨진 이군의 위에서 나온 음식물이 유괴 당일 친구집에서 먹은 점심으로 판명돼, 유괴 직후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납치범은 44일간 60차례의 전화통화와 10차례 메모로 돈을 갖고 나오라며 피해자 부모를 협박했다. 경찰은 수차례 검거작전을 폈으나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2006년 1월 29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이 사건 역시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