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MB)은 회고록 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을 ‘원포인트 사면’이라 칭했다. MB는 “이 회장 한 사람만을 단독으로 사면·복권한다면 그 목적도 명확하고 본인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더 열심히 뛸 것”이라고 판단했다.

MB는 2009년 6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판단했다. 김운용·박용성 IOC 위원이 물러난 데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탓에 IOC 위원 자격이 정지된 상황이었다. 누군가 IOC 위원 자격으로 IOC 위원들을 만나러 다니며 설득할 사람이 필요했다.

김진선·조양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은 이건희 회장의 사면·복권을 권유했다. 법무부도 국내외 유사 사면 사례를 보고하며 이건희 사면·복권에 힘을 실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경제인 7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청했다. 결국 MB는 이건희 회장만 사면·복권하기로 결정했다.

MB는 회고록에서 “나 역시 평창 유치를 위해 이 회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회장에 대한 사면·복권은 야권의 대대적인 정치 공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컸다. 우리 정부에 ‘부자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비난하던 야권이 이 회장 사면을 그대로 두고 볼 리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IOC 위원으로 복귀해 1년6개월간 열차례 해외 출장을 강행하며 평창올림픽 유치에 힘을 쏟았다. IOC 위원 110명을 만났다. MB는 “이 회장 둘째 사위인 김재열 당시 제일모직 사장이 이 회장을 보좌해 올림픽 유치에 크게 기여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