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금일봉 같은 건 못 받았어요.” 착실한 근태로 방송사를 빵빵 띄우는 배우가 있다. 별명이 ‘MBC 공무원’이다. “드라마가 끝난 건 아니니까….” 성과급에 대한 기대를 숨기진 않았다. 이번에도 드라마는 시청률 30%를 넘기며 파죽지세의 인기를 내달리고 있다. MBC 주말극의 수훈갑, 배우 한지혜(31)다. MBC ‘메이퀸’(2012) ‘금 나와라 뚝딱’(2013)에 이어 ‘전설의 마녀’까지 3연타석 홈런이다. 유독 MBC 주말극에서만 펄펄 나니 시청자들이 “MBC가 뭘 따로 챙겨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까지 던질 정도. “일산 MBC 세트장이 친정 같아요. 만나는 선후배, 스태프도 익숙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호흡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만난 6년차 주부 한지혜는 친정에 온 듯 편안해보였다.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면서도 “시청률 35% 돌파 시 서울 명동에서 빵을 돌리겠다”며 웃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주인공을 맡았던 KBS 월화극 ‘태양은 가득히’는 시청률 2%대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다. 약혼자가 살해당하자 충격 속에 끊임없이 슬퍼하는 여린 여자였다. “그때 정말 많이 울었다. 일주일에 4~5일은 촬영장에서 눈물로 지새웠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는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교도소에 가고, 희망을 다 놓고 우는 신(scene)으로 극 초반을 할애했다. “시청률은 나빴지만 ‘태양은 가득히’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카메라 앞에서 다양하게 울어보니 감정의 높낮이에 따라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울고, 화면에 잡힌 내 얼굴이 어떻겠다 감이 오는 거죠.” 캐릭터는 뻔하다. 고아, 착한 맏며느리, 누명을 참고 견디며 제빵사가 돼 다시 일어서는 ‘캔디’다. 그는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고민하게 돼요. 뭘 잘못했는지. 사연 많은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시놉시스를 처음 보고, 지금껏 제가 걸어온 길(커리어)에 비춰봤을 때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캐릭터 정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캔디 역할을 워낙 많이 했죠. 그러다 보니 시청자 분들도 저를 그런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고요. 그렇긴 해도 제 생각은 이래요. 아무리 슬퍼도 사람은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대답은 공문서 같았다. 한참 생각 뒤에 특별한 표정이나 억양 없는, 예상 가능한 답변이 돌아왔다. 남편은 검사다. 아내는 극 초반 여자 교도소 재소자로 나왔다. “TV 보면서 별다른 말은 안 해요. 근데 꼭 다 챙겨봐요. 그저 한 명의 시청자가 돼주는 거죠.” 차분해졌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사람이 여러 면이 있잖아요. 주연 데뷔작인 ‘낭랑 18세’처럼 발랄해서 그런지 잔상이 오래갔나 봐요. 얌전해지긴 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제 본모습이 나올 거예요.” 연예계 데뷔 15년차, 그는 동료를 먼저 입에 올렸다. “일을 오래하면 할수록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절감해요. 그래서 고맙죠. 가끔 배우들 단체 카톡방에서 말해요. 같이 연기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모범 공무원’다운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