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피오리아(애리조나), 이대호 기자] 팬들은 선수에 대한 사랑을 담아 특색있는 별명을 붙여준다. 때로는 부진한 선수를 질책하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선수들은 자신의 별명이 무엇인지 다 안다. 롯데 자이언츠 사이드암 김성배(34)도 마찬가지다.

2차 드래프트 신화를 쓰며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바꿔놓은 김성배. 2012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는데 처음에 팬들은 김성배의 이적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40인 보호선수 외 지명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성배는 2012년 69경기에 출장, '양떼불펜'의 황태자로 급부상하며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당시 롯데 팬들은 김성배에게 '꿀성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꿀처럼 달콤한 영입이라는 뜻이다. 워낙 좋은 활약을 펼친데다가 그를 데려오기 위한 출혈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김성배 본인도 그 별명에 크게 만족했었다.

2012년 롯데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던 김성배. 2013년에는 시즌 중 갑자기 마무리 자리에 들어가 31세이브를 올리는 활약을 펼쳤고 여전히 '꿀성배'였다. 그러나 2014년, 김성배는 전반기를 36경기 4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93으로 준수하게 마쳤지만 후반기 10경기에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7.05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그 사이 별명은 '꿀성배'에서 '독성배'로 바뀌었다. 김성배는 "팬들께서 나를 두고 '독이 든 성배'라며 독성배라고 부르시더라. 선수들도 팬들이 붙여 준 별명은 거의 다 알고있다"고 말했다.

김성배의 2014년 부진은 부상 때문이었다. 김성배는 7월 2~3일에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연속 등판, 두 경기 모두 1⅔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김성배는 "목동 원정 마치고 사직에 내려왔는데, 팔이 너무 아파서 안 올라가더라. 그래도 순위싸움이 한창이라 참고 던졌다"고 말했다.

김성배는 팔이 아팠지만 참고 던졌다. 그렇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통증을 느낀 뒤 바로 다음 경기인 7월 7일 사직 SK 와이번스전에서 김성배는 아웃카운트 1개를 잡으며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줘 2실점을 하고 말았다. 그나마 7월까지는 1군에서 버텼지만, 8월 이후에는 단 5경기에만 나왔을 뿐 2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작년 후반기는 김성배가 롯데에 온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김성배는 "내가 팔이 아프기 전까지 우리 팀은 4등을 계속 하면서도 3등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부상으로 부진하면서 우리 팀 성적도 같이 떨어졌고 결국 4강에서 탈락했다. 그 생각만 하면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 사이 별명도 '꿀성배'에서 '독성배'로 바뀌었다. 김성배는 "팬들께서 기대를 많이 하셔서 실망도 크셨을 것 같다"며 "올해는 다시 독성배가 아니라 꿀성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 해 많은 일이 있었지만 김성배는 모두 다 잊어버렸다고 했다. 대신 올해 다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묵묵이 애리조나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성배에 독 대신 꿀을 담는 것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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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리아(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