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첫 방영된 KBS ‘개그콘서트’ 새 코너 ‘부엉이’가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 비하 논란에 휘말렸다. 부엉이로 분장한 개그맨이 길 잃은 등산객에게 길을 알려준답시고 인도하다 등산객이 추락사하는 장면 때문이다. 2009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한 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것.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은 “고인을 능욕하는 공영 방송”이라는 비난글로 도배됐고, 제작진은 12일 “'부엉이 바위' 관련 추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제작진의 의도와 무관하다”는 해명글까지 올렸다. 이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이상구는 이날 통화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은 반응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인터넷 반응은 양극으로 나뉜다. “세상을 떠난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희화화” 대 “지나친 비약”이라는 의견 대립이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일차적으로, 논란이 될 법한 사람의 죽음을 웃음의 소재로 삼은 개그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욕하면 코미디, 그 반대는 무조건 패륜이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은 ‘비판의 일관성’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개그콘서트 ‘도찐개찐’의 개그맨 박성호는 소품용 컵을 치켜들며 “녹차 라테 같은 ‘녹조 라테’다. 4대강 사업으로 개발된 음료수다. 22억원이나 들었다”는 대사를 읊어 환호를 받았다. 지난해 6월 지능 낮은 닭들의 수업 시간을 그린 개그콘서트 ‘닭치고(高)’ 방영 당시에도 “공약을 지키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풍자”라며 환호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소설가 이외수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닭치고'는 기발하고 참신하고 용감하고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코너”라며 “정치적 압력을 받지 않고 무난히 회를 거듭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라며 응원했다. 이 코너에 출연했던 개그맨 김준호는 이에 대해 “풍자 의도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영화 ‘국제시장’도 우파 영화라는 색깔 씌우기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면서 “전형적인 ‘패턴 인식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꿈보단 해몽 탓이라는 얘기다. 2010년 MBC ‘무한도전’의 ‘의좋은형제’ 편에서 부엉이가 쥐를 잡아먹는 애니메이션이 등장했을 때에는 비판 의견 대신 “부엉이(노무현)가 쥐(이명박)를 잡아먹어 서민이 행복해졌다. 역시 김태호 PD”라며 흥겨워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고려대 사회학과 이명진 교수는 “누구나 해석의 자유는 갖고 있지만, 절대 선과 절대 악의 기준을 세운 뒤 거기 맞추는 자세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