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기자] 영화 '인터스텔라'가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북미 지역을 비롯해 해외에서는 그닥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인터스텔라'가 유독 한국에서 천만 관객이라는 어마어마한 관객을 끌어모으며 축하포를 쏘아올리게 됐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인터스텔라'는 지난 24일 하루 동안 1만 3,409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990만 72명을 기록했다. 평일 평균 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터라 25일, '인터스텔라'의 천만 돌파는 확실시 된다.

이로써 '인터스텔라'는 '아바타' 그리고 '겨울왕국'에 이어 외화로서는 세 번째로 천만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겨울왕국'이 올 해 1월에 개봉한 이후 천만 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올해만 외화 2번째 천만 돌파이기도 하다.

특히 북미 지역 개봉 이후 평단의 혹평과 대중의 외면 속에 초라하게 막을 내려야 했던 '인터스텔라'는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데에는 국내에서 형성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두터운 매니아층, 한국인이 사랑하는 '가족 사랑 이야기', 그리고 이렇다할 경쟁작의 부재가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1. 크리스토퍼 놀란, 믿고 보는 감독

무엇보다도 '인터스텔라'의 연출을 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대한 국내 팬들의 신뢰도 때문이 가장 주효했다는 평이다. '인셉션',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 '메멘토' 등 상업 영화에 철학적인 메시지를 함께 담으며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그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것. '놀란 영화는 무조건 봐야해'라는 생각이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터스텔라'가 국내에서는 흥행과 거리가 멀다고 평가받는 '다소 어려운' 영화임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데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름값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영화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에 한 영화 관계자는 "어려운 영화는 흥행이 힘든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어렵다고 평가받는 영화는 흥행에서 아쉬움을 남겨왔다. 작품성 면에선 칭찬을 받았지만 흥행이 잘 안 된 케이스가 많았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예로 들 수 있겠다"라면서 "그런데 '인터스텔라'는 어려운 영화인데도 흥행이 잘 됐다.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름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은 어렵다면 그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재관람을 하는 일면 특수한 사랑을 받고 있다.

#2. 가족간의 사랑, 韓 불변의 진리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도 '인터스텔라'의 흥행을 가능케 했다. 아무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름값이 높다 하더라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이와 같은 흥행은 불가능했을 것.

'인터스텔라'는 표면 상으론 어려운 SF 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가족 간의 사랑이 주된 내용이다. 아이에게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안겨주기 위해 아버지는 우주로 떠나고, 그 우주에서 찾은 해답은 결국 가족 간의 사랑에서 비롯된다. 한마디로 기승전'가족사랑'이다.

이와 같은 사랑 이야기는 한국 관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그간 영화 '어바웃타임', '겨울왕국' 등 가족 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온 것을 비춰봤을때 '인터스텔라'는 한국인의 취향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때문에 '인터스텔라'가 SF 영화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그래비티'보다 훨씬 더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됐다.
 
 
#3. 볼 만한 건 '인터스텔라'뿐..경쟁작이 없었다

비수기 극장가라고 불리는 11월 극장가에 개봉한 '인터스텔라'는 비수기라는 시장을 노린 노림수가 제대로 통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간 비수기 극장가에서 경쟁작이 없는 틈을 타 성공한 영화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덩치 큰 영화로서는 함께 경쟁할 작품이 많은 성수기 시장보다는 파이는 작지만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비수기 시장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된 상황.

이를 '인터스텔라'가 제대로 보여준 예가 되겠다. '인터스텔라' 개봉 전 국내 극장가는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가 조금은 활기를 가져다주는 듯 했으나 그 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적은 관객수만을 기록했던 상황. 당시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이야기가 관객들 사이에 돌면서 극장을 향한 발걸음을 당분간 멈추게 했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출격한 '인터스텔라'는 상황이 달랐다. '볼 만한 영화의 등장'이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예매율은 80%를 넘을만큼 치솟았고 아이맥스는 암표가 돌 정도로 연일 매진 행렬이었다.

때문에 개봉 이후 '인터스텔라'는 국내 박스오피스를 잠식, 오랜 시간 박스오피스를 장악하며 결국 천만 관객이라는 쾌거까지 맛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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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스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