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잠든 아이 머리맡에 갖다놓는 선물 1순위로 꼽히는 게 덴마크의 조립식 완구 '레고(LEGO)'다. 1932년 가내 수공업으로 출발해 130여국에 진출했고, 산술적으로는 모든 지구인이 평균 94개의 레고 블록을 갖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레고에 대해 최근 '변질됐다' '퇴행했다'는 외신들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인기 영화·만화 시리즈와 협업한 캐릭터 제품들이 주력 상품군에 올라서면서, 레고의 근본 가치인 '상상력과 창의성'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미국 CNN은 2일 '레고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망치고 있다'는 칼럼을 통해 "'반지의 제왕'〈사진〉 '마블 코믹스' 등을 재현한 요즘 제품은 아이들이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대신, 설명서를 따라 견본품을 만들어내도록 이끈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스타워즈'나 '마인크래프트(블록으로 가상세계를 만드는 온라인 게임)' 등을 테마로 삼은 요즘 제품에 담긴 '조립 설명서'와 정해진 형태의 블록들은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축소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 스완이라는 블로거는 "더 멋진 모양을 만들기 위해 레고를 부수고 조립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창조적 파괴'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 오랜 미덕이 지금은 장삿속이라는 바다에 익사해 버렸다"고 개탄했다.
1990년대까지도 레고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순한 사각 블록과 코 없이 미소 짓는 노란 얼굴에 집게 손을 가진 사람 캐릭터였다. 그러나 레고는 2000년대 이후 만화·영화 캐릭터와 협업 외에도 사무라이·우주전사 등 특정 집단 색채가 짙은 자체 캐릭터 제품을 만들어냈고, 블록·사람 모양이 너무 복잡해져 예전처럼 '맘대로 섞어 조립'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일었다.
2011년 레고가 미용·쇼핑·요리를 즐기는 젊은 여성 캐릭터인 '레고 프렌즈'를 출시했을 때는 '성 관념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이 제품을 산 7세 여자아이가 "레고 남자 캐릭터들은 모험도 하고 사람도 구하는데, 왜 여자 캐릭터는 직업도 없이 집에 있느냐"는 항의 편지를 레고 측에 보내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