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 이상학 기자] 김성근 한화 감독은 흔히 '지옥훈련'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한 시즌을 준비하는 마무리-스프링캠프에서는 훈련의 강도가 더 높아진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빡빡하게 쉼 없이 움직이는 일정은 유명하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훈련은 결코 양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디테일'이다. 훈련량도 훈련량이지만, 개인마다 1대1로 가르치는 원포인트 레슨이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짧은 시간에 선수의 특성을 파악해 대안까지 제시하는 식이었다.

지난 1일 한화의 마무리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대부분 감독들은 코치들에게 훈련을 맡기고 그라운드에서 한 발 떨어져 지켜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70대 고령에도 김 감독에게는 에너지가 넘쳤다.

정오쯤에 오키나와에 도착한 김 감독은 숙소를 거치거나 식사도 하지 않고 고친다구장으로 직행했다. 사복을 입고 첫 모습을 드러낸 김 감독은 경기장에서 곧바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훈련장 곳곳을 누비며 선수들의 훈련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잠자리 눈'이라는 별명처럼 안 보는 곳이 없었다.

김 감독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불펜이었다. 좌완 김기현을 1대1로 가르치며 배드민턴 채를 들고 왔다. 공을 채는 법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도구를 활용해 이해를 도운 것. 백스윙이 짧은 최영환에겐 팔을 크고 길게 뻗을 것을 주문하며 직접 투구 동작을 시연했다. 공을 받는 포수들에게 수시로 투구 개수와 볼 구위를 체크하며 분주히 선수 파악에 나선 모습이었다.

포수 정범모는 "투수들에게 제각각 다른 폼으로 가르치셨는데 감독님이 지적한 이후 다들 볼이 좋아졌다"고 놀라워했다. 선수 개인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그에 알맞은 지도를 해야 하는데 오랜 기간 지도자로 경험이 풍부한 김 감독은 확실히 디테일에 강했다. 짧은 시간 동안 선수들의 습관과 문제점을 단번에 파악, 곧바로 어떻게 해야할지 가르치는 게 인상적이었다.

라이브 훈련이 시작되자 김 감독은 메인 경기장으로 넘어와서 매의 눈으로 선수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체크했다. 백네트 뒤에서 라이브 훈련을 지켜보면서도 갑자기 등 뒤에 배팅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도 놓치지 않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놀라운 건 정현석의 타격, 정범모의 수비, 노수광의 주루 등 공수주를 가리지 않고 시시각각 1대1로 세심하게 지도를 했다.

김 감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니 선수들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무엇보다 감독이 직접 1대1로 가르치는 게 선수들에게는 좋은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 정현석도 "감독님이 하체 중심이동에 대해 지적했다. 직접 폼을 지적하고 가르쳐주시는 게 내겐 좋은 일"이라고 반겼다.

물론 훈련의 양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특타조에는 김태완과 최진행 그리고 박노민이 남아 3개의 배팅케이지에서 쉴 새 없이 타격했다. 오후 6시가 다 돼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서야 훈련이 끝났다. 스태프들은 "같은 길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다리가 후들 거린다"면서도 "하루종일 서서 움직이는 감독님 체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놀라워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감독은 저녁 7시부터 2시간 넘게 선수단 미팅을 실시했다. 선수단 정신력까지 '디테일' 하게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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