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69)가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 오후 8시(한국시각) 그를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가장 포착하기 어려운 인간의 운명을 일깨우고, 나치 점령기의 생활 세계를 드러내는 기억의 미학(the art of memory)을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모디아노의 작품은 삶의 우연성과 덧없음 등 인생의 어두운 측면을 천착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프랑스 혼돈기 속에서 청년기를 보낸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분석이다.

그는 1945년 프랑스 파리 근교 볼로뉴 비앙쿠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유태인 이탈리아인, 어머니는 벨기에 출신 연극배우로 나치 점령기 시절 두 사람의 만남이 모디아노의 추후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소설에는 유태인, 나치 점령기, 정체성 상실 등이 반복되는 주제로 등장한다. 한림원은 모디아노의 소설에 대해 “기억, 망각, 정체성, 죄책감이 주를 이룬다”고 소개했다. 독일에서는 그의 소설을 주요 포스트 홀로코스트(학살) 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모디아노는 파리의 앙리 4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합격했지만 입학은 하지 않았다. 10대 후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1968년 ‘개선문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상과 페네옹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1978년에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콩쿠르상을 수상했다.

1988년 '잃어버린 대학'이 국내 처음으로 출간된 이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비롯해 20여편의 소설이 번역·출간됐다.

모디아노가 노벨문학상을 탄 건 프랑스 작가로 11번째,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작가로서는 14번째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800만크로네(약 13억10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됐다.

노벨상은 6일 생리의학상에 이어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남았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열린다.